HOME  >  시사  >  월드

한미연구소 운명은… 연간 20억 예산 지원 중단 존립 불투명



2006년 설립된 이후 한국학·북핵문제 주로 연구
북한전문매체 38노스 운영… 구재회 소장 12년째 자리에
조윤제 대사 압력설 관련 주미대사관 “사실 아니다”


구재회 소장 교체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부설 한미연구소(USKI)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존립이 불투명해졌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USKI는 다른 외부 기금을 조달해서라도 연구소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금난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 매년 20억원 안팎의 KIEP 지원 예산이 USKI 운영비의 75%에 달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나머지 운영비를 미국 카네기 재단과 맥아더 재단, 개인 기부로 충당하고 있지만 KIEP의 예산 지원이 중단되는 5월 이후에는 당장 연구소 인력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USKI는 2006년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주용식 중앙대 교수 주도로 설립됐으며 한국학과 북한 문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북한전문 매체로 유명한 38노스도 USKI가 운영하고 있다.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활동 보고서를 자주 냈고, 북한 관련 세미나도 개최해 왔다. 미 의회나 국무부에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창구 역할도 했고, 구 여권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계관리 불투명 등을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구 소장은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USKI 소장을 12년째 맡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조윤제 주미대사가 구 소장의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조 대사가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을 만나 구 소장을 사퇴시키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조 대사는 2월 말과 지난 5일 두 차례 갈루치 이사장을 만났다. 2월 말에는 갈루치의 요청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이 주된 화제였는데 갈루치가 걱정하는 투로 USKI 예산 지원 중단 문제를 꺼냈다고 한다. 이에 조 대사는 국회의 요구 등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갈루치는 한국 정부의 방침이 최종 결정되면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구 소장 거취 문제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는 게 대사관의 해명이다. 조 대사는 이후 지난 5일 갈루치를 다시 만났지만 이때도 구 소장 거취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KIEP의 방침이 정해진 뒤였기 때문에 굳이 조 대사가 구 소장 퇴진을 요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