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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美서 탐내는 건 디즈니랜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32) 왕세자가 지난달 20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수입 규모가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며 “(돈이 많은) 당신에게는 땅콩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지만 분명히 불편해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제 사우디가 미국한테서 원하는 것은 무기보다는 디즈니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석유와 무기 거래 일변도에서 문화,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의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빈 살만은 지난달 19일부터 3주 가까이 미국에 머물며 정·재계 거물들을 폭넓게 만났다. WSJ는 그중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만남에 주목했다. 빈 살만은 사우디 전통의상 대신 양복을 입고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등을 만났다. 고루한 석유 왕국의 왕자가 아닌, 보다 개방적인 나라를 추구하는 젊은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빈 살만은 아마존, 구글과는 데이터센터를 사우디에 유치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또 자국에 테마파크와 리조트, 라이브쇼 극장 등을 짓기 위해 디즈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 원한다. 디즈니 측도 “빈 살만 측이 디즈니 파크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쪽에서 몇 가지 콘셉트를 제시하면 신경 써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뿐 아니라 워너브러더스, NBC유니버설, 넷플릭스 등도 협상 대상이다. 사우디의 문화 분야 고위 관료는 “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의 새로운 석유”라고 표현했다.

빈 살만은 사우디의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 이미지를 온건한 정상 국가로 바꿔가는 동시에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도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쪽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여기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기피 추세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확대로 세계 에너지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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