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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북미정상회담 연기론 vs 추진론… “트럼프 준비 안됐다”



전직 외교안보 장관들 “준비시간·전문인력 부족 전략 없는 회담은 위험”
전문가 “대화 제의 받은 트럼프가 이미 이긴 상황”


미국의 전직 외교안보 장관들이 5월 북·미 정상회담 연기를 주장했다. 준비시간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내실 있는 회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크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반론도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NPR과 인터뷰를 갖고 “준비시간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는 재임 시절인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당시에도 북한과의 협상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회담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을 경계했다. 올브라이트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준비를 아주 잘 해야 한다”며 “그러나 한국에 미국대사가 없고, 국무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사임하는 등 외교적 대화 창구가 없는 상황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미 CNBC방송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에는 핵·미사일 실험 동결, 핵무기 연료 생산과 핵무기 배치 중단, 핵 사찰과 검증, 경제 원조와 평화협정 체결 등 복잡한 사안이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트윗만 날리며 준비는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파네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 잘 만들어진 포괄적인 전략 없이 회담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재앙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석좌는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박 석좌는 4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강연을 갖고 “두 정상이 만나 설사 특별한 의제 없이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회담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석좌는 북한으로부터 먼저 대화 제의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회담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이긴 상황이라고 치켜세웠다. 설사 북한이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군사적 대안이라는 방안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이 회담에 참여하면서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돋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 준비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전쟁 위협이 거론되던 지난가을에 비하면 지금이 낫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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