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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끈한 中, 옥수수 보조금에 콩 25% 관세… “똑같이 대응”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4일 베이징의 상무부 청사.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 무역대표부가 관세 부과 품목을 발표한 지 1시간여 만에 강력히 규탄하며 대등한 수준의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화뉴시스


대중 수출 1∼3위 품목에 집중 트럼프 텃밭 ‘팜벨트’ 타깃 ‘이에는 이’ 방식 명확히 해
“부과 시기 상황 따라 공표” 협상여지는 열어 둬… 中 언론 “美의 자살행위”

중국 상무부가 4일 미국산 대두(콩)와 자동차, 항공기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500억 달러(약 54조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관세부과 대상에 올리자 중국도 금액이 비슷한 대응 조치를 내놨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철강제품 등에 대해 관세부과 조치를 취하자 곧바로 지난 2일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 철강제품 등 128개 품목의 관세양허 의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경고해온 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보복으로 정확히 되갚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예상보다 빨리 핵심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는 미국의 대중 수출에 있어 가장 민감한 품목이다. 중국 진출 미국기업 단체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대중 수출 1위는 유지종자·곡물, 2위는 항공기·항공기부품, 3위는 자동차였다. 세 분야의 수출액은 370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한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대두 3200여t, 140억 달러(약 14조8750억원)어치를 수입했다. 미국이 생산하는 대두의 6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대두와 농축산품을 대거 포함시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텃밭인 ‘팜벨트(농장지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은 또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100억 달러(약 11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2위 자동차 수출시장이다.

미국 보잉사는 지난해 전 세계 항공기 인도량의 26%(202대)를 중국에 팔았으며, 향후 20년간 대(對)중국 항공기 판매량은 7240대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다만 관세부과 시기에 대해 “미국의 중국산 관세부과 상황에 따라 추후 공표하겠다”고 밝혀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보복 조치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고,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관세부과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 등을 보복 조치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을 맹비난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미국의 악랄한 행위에 대해 철저히 되갚아줄 것”이라며 미국의 조치는 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도 “미국이 중국의 아성을 깨려면 최악의 시가전을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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