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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 불편할라… 도심서 자전거 금지한 체코 프라하



명분은 보행 공간… 확보 문제는 자전거보다 자동차
親자전거 유럽 도시들과 반대로 가는 행보 ‘논란’


비영리 교육단체에서 일하는 체코 프라하 시민 야쿱 파넥은 오늘도 출근길에 바츨라프 광장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여유를 즐겼다. 역사적이고 매력적인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기쁨이다. “워낙 관광객이 많아 가던 길을 멈추고 자전거에서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시민은 아무도 없다”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쿱은 이런 기쁨을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최근 들었다. 시 당국이 다음 달 1일부터 주요 역사지구가 밀집해 있는 프라하 1구역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전거 통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자전거 통행제한 구역은 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과 구시청사 천문시계탑이 있는 광장, 600년 역사의 카를교와 이어진 카를로바 거리, 유대인지구 등 프라하를 대표하는 주요 장소다.

시 당국의 자전거 통행제한 계획은 곧바로 ‘교통 포퓰리즘’이라는 시민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아름다운 역사지구를 감상하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프라하 시민의 특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들은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비좁은데 자전거까지 다니니 복잡해서 어쩔 수 없다”며 시민들에게 전혀 미안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라하의 이런 방침은 코펜하겐과 같은 유럽의 자전거 친화 도시들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선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는 게 더 시급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전거 타기 캠페인 단체 ‘오토매트’의 브라티슬라프 필러는 “유럽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프라하의 자전거 이용률은 낮은 데 반해 자동차 보유 비율은 인구 1000명당 900대로 서유럽 도시보다 훨씬 높다”며 “보행자와 자전거 충돌사고 건수는 보행자가 자동차와 부딪친 경우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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