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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마틴 루서 킹, 백인 여친 베티와 헤어진 사연



청년에게는 꿈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 목회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흑인 공동체를 부흥시키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피부색이 다른 연인도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아직 다른 인종 간의 사랑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목회자의 꿈을 이루려면 연인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로 피살 50주기를 맞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68·사진) 목사를 기념해 그가 젊은 시절 사귀었던 백인 여성 베티 모이츠와의 사연을 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세였던 킹이 신학 공부를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에 있는 크로저 신학대에 진학하면서였다. 킹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향 애틀랜타의 에베네저 침례교회에서 목회를 할 계획이었다.

크로저 신학대에는 베티의 어머니가 할머니의 뒤를 이어 영양사로 일하면서 캠퍼스 안에 마련된 숙소에서 살고 있었다. 예술대 학생이었던 베티는 어머니의 숙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킹을 만났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해맑은 웃음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이후 수개월간 만남이 잦아지면서 두 남녀는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베티는 킹의 야심찬 꿈에, 킹은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베티의 모습에 반했다.

크로저 신학대 캠퍼스는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웠다. 교제를 비밀로 하며 드라이브 데이트만 하던 처음과 달리 둘은 공공연하게 외식을 하며 데이트를 즐기는 일도 잦아졌다. 가까운 친구와 더블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캠퍼스 바깥 미국 사회는 다른 인종 간 결혼에 너그럽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주 정도가 예외였을 뿐 다른 곳에선 아예 이를 법으로까지 금지할 정도였다. 베티의 어머니 역시 대놓고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걱정하는 눈치였다. 킹이 목회를 할 계획이던 고향의 흑인사회도 백인 아내를 둔 흑인 목사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결혼까지도 고민했던 둘은 결국 헤어졌다. 1951년 크로저 신학대를 졸업한 킹은 공부를 위해 보스턴으로 건너가 불과 2년 뒤 흑인 여성 코레타 스콧(1927∼2006)과 결혼했다.

베티와의 일이 킹의 인생 진로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인종차별로 겪은 실연이 그의 신념을 더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킹은 이후 생전 공식적인 자리에서 베티와 관련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베티는 89세 나이로 최근에야 숨을 거뒀다.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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