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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K팝 대북 확성기 조준사격하던 北 놀라운 변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원들(왼쪽부터 세명)과 걸그룹 레드벨벳이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함께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WP “의도적 연출 경계해야… 북·미 대화는 평양 공연보다 하모니 이루기 어려울 것”

“K팝이 흘러나오는 휴전선의 대북 확성기를 조준사격하던 북한이 평양에서 K팝 공연을 허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국 언론들은 2일(현지시간)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 소식을 전하면서 K팝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수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은 DVD를 통해 K팝이 유입되는 것을 단속해 왔다”며 “그런 점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K팝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가수들을 환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과거 남북한이 K팝 때문에 군사적 충돌을 빚을 뻔했던 일을 떠올리면 이번 평양 공연은 극명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0년 이명박정부가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로 K팝을 크게 틀었을 때 확성기를 조준사격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당시 북한 군부는 확성기를 끄지 않으면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조차 ‘김 위원장이 K팝 공연을 감명 있게 봤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K팝 가수들을 환영한 것은 외교적 온기를 보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미 언론들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한국 기자들의 공연장 취재 제한을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주목했다. NYT는 “김영철의 보기 드문 사과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시작된 한반도 긴장완화의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북한은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전체국가이고 특히 강경파인 김영철의 입에서 사과 발언이 나왔다는 게 더욱 놀랍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북한의 대남 문제 총괄자(김영철)가 남한에 사과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WP는 이런 변화가 북한의 의도적인 연출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시각도 소개했다. AP 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윌슨센터 연구원은 WP에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아주 정교한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런 행보가 북한 지도자를 비이성적이거나 미치광이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수사(修辭)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해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미 대화는 평양의 K팝 공연장에서보다는 하모니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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