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왔어! 발톱 세운 호랑이… 마스터스의 우즈, 설레는 PGA

"GO TIGER" 돌아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연습라운드에서 캐디로부터 볼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완연한 기량회복을 보이고 있는 우즈가 마스터스에 참가하면서 골프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AP뉴시스
 
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은 수많은 갤러리들이 마스터스 대회에 앞서 열린 연습라운드에 참가한 타이거 우즈의 8번홀 티샷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발스파챔피언십’ 2위 스윙 스피드 208㎞… 완전 부활
1997년 흑인 최초·72홀 최소타 최연소 우승… 마스터스 인연 각별
4년 7개월 만에 ‘그린재킷’ 기대… 투어 통산 80승 대기록 세울 수도


“물론 매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회였다. 하지만 올해야말로, 우리 인생의 마스터스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대회다.” 1986년부터 CBS스포츠 소속으로 마스터스를 중계해온 ‘마스터스의 목소리’ 앵커 짐 낸츠는 “이번 대회가 특별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타이거 우즈가 사람들의 기대치를 뛰어넘어 돌아왔다”며 “할리우드의 이야기로 제작될 만한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5일 밤(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다. 골프팬들이 로고만 봐도 설렌다는 최고의 메이저 대회다. 이번 마스터스는 우즈가 돌아왔다는 점에서 예년보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미 지난주 오거스타에 입성한 우즈는 3일 연습 라운드에서부터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그가 라운딩할 때 입을 것이라는 나이키의 유니폼조차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골프계에는 ‘타이거 효과’라는 말이 퍼졌다.

팬들의 관심은 우즈의 성적이다. 이날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포츠 베팅업체인 ‘웨스트게이트’는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가능성을 로리 맥길로이, 저스틴 로즈와 같은 12대 1로 본다. 우즈보다 우승 확률이 높게 평가된 선수는 10대 1이 책정된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마스 3명뿐이다. 낸츠는 “우즈가 우승한다면 스포츠 역사상 가장 드라마 같은 장면일 것”이라고 했다.

낸츠의 말이 ‘팬심’만은 아니다. 우즈는 지난달 발스파챔피언십에서 1위에 단 1타 뒤진 2위에 오르며 완전히 부활했다. 시속 129마일(약 208㎞)의 스윙 스피드를 기록했고, 아이언 감각도 살아났다. 브랜트 스니데커는 “‘빈티지(품위 있는 옛 것) 타이거’가 돌아왔다”고 평했다. 최종 라운드에는 특유의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고 나와 세계 골프팬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우즈가 그린재킷을 입게 된다면 2013년 8월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이후 4년7개월 만의 우승이며, PGA 투어 통산 80승이다. 80승의 대기록이 이번 마스터스에서 나온다면 최고의 흥행 카드다. 우즈와 마스터스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97년 우즈의 18언더파(270타) 우승은 흑인 선수 최초의 우승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72홀 기준 마스터스 사상 최소타 우승, 최연소(21세 3개월 14일)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스피스가 2015년 우즈와 같은 18언더파로 우승했지만 골프팬들은 97년 우승만큼의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97년 우즈는 2위와 무려 12타 차이로 우승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여전히 마스터스에서 1, 2위간 격차가 가장 큰 사례다.

우즈 인생 최고의 샷도 마스터스에서 나왔다. 그가 2005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16번홀(파3)에서 보여준 칩샷은 우즈 개인은 물론 골프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당시 우즈는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하고 러프에 빠뜨렸다. 파 세이브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다. 굳은 얼굴로 한참 코스를 읽은 우즈는 홀컵 왼쪽 방향으로 칩샷을 날렸다.

홀컵 왼쪽 8m 거리에 떨어진 볼은 90도로 방향을 꺾어 오른쪽으로 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굴러 내려온 볼은 홀컵 바로 앞에 1초가량 멈춰 있다가, 미세하게 다시 구르며 마술처럼 빨려 들어갔다. 우즈와 갤러리 모두가 흥분했다. 모두가 숨죽여 주시하던 볼의 나이키 로고는 그 자체로 큰 광고가 됐다.

우즈가 4번째로 마스터스를 우승한 2005년, 그는 29세였다.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도전할 때 우즈가 40대가 돼 있을 것이라 예측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우즈의 암흑기가 길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냉정한 반응도 많다. 영국의 골프영웅 닉 팔도는 “그는 마지막 메이저 우승 이후 10년이나 지났다”며 “그에게 과연 감각(nerve)이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물론 우즈가 없이도 이번 마스터스는 명실상부한 ‘별들의 잔치’다. 노장 필 미켈슨, ‘장타왕’ 버바 왓슨의 참가가 또한 볼거리다. 낸츠는 “훌륭한 선수들이 컨디션을 되찾았고, 어린 선수들과 재능을 뽐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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