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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히스토리] 유대교 회당 재건 나선 獨 무슬림 정치인 “유대인 못 지키면 좋은 무슬림도 될 수 없어”

1938년 11월 나치대원들에 의해 폐허로 변한 독일 베를린 ‘수정의 밤’ 회당. 미국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뮤지움


독일 베를린에서 가장 큰 무슬림지구 크로이츠베르크에는 유령처럼 서 있는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이 있다. 나치 대원들이 유대인을 짓밟았던 1938년 11월 9일 ‘수정의 밤(Kristallnacht·크리스탈나흐트)’에 회당은 폐허가 됐다. 1933년 16만명이던 독일의 유대인 인구는 45년 7000명으로 줄었다. 크로이츠베르크는 독일어로 ‘골고다 언덕’(그리스도가 처형된 곳)이라는 뜻이다.

수정의 밤 이후 80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 반(反)유대인 정서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그 가운데 팔레스타인 출신의 무슬림 정치인 라에드 살레(40)가 베를린의 유대인들에게 만남과 예배의 장소를 되돌려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를린에서 유대인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나는 좋은 무슬림이 될 수 없고,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쓴 여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기독교인 역시 좋은 기독교인이 될 수 없다”고 살레는 말했다.

베를린에 사는 유대인들은 요즘 키파(유대인들이 쓰는 반구형 검은 모자)를 쓰지 않는다. 살레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베를린 유대교 공동체 회장 기데온 조페(45)는 “유대인들이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이 프로젝트가 꼭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대교 회당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그러나 옛 건물의 흔적을 지우지 않을 예정이다. 새로 짓는 부분은 남아 있는 일부와 명확히 구분되도록 디자인했다. 살레는 “과거의 상처는 눈에 보여야 한다. 상처를 가릴 수도 없지만, 가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재건 사업에는 총 3100만 유로(약 403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시, 각종 재단, 민간기부자들로부터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독일 내무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신체적 가해와 언어폭력 등 유대인을 향한 공격은 연간 150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유대주의 정서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 사이에서도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베를린에서는 유대인 여학생이 몇 달 동안 이슬람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폴커 카우더 기독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요지 벨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학교들은 반유대주의 행동에 대해 지속해서 보고할 의무가 있다”면서 “학교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벌어질 경우 당사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이 문제에서 관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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