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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한 세계 인구 이동… ‘아시안 드림’ 시작됐다



신규 이민자 36%가 아시아行 美·유럽 비율 각각 20% 미만
떠나는 사람도 41% 아시아인… 성장하는 신흥국 일자리 찾아 ‘아시아→아시아’ 이주하는 패턴

전 세계 인구 이동의 추세가 변했다. 풍족한 미국·유럽으로 향하던 발길이 줄고 아시아·중동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난한 아시아 국가에서 성장세 높은 아시아 나라로 ‘역내 이동’하는 경우도 늘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엔 통계를 토대로 달라진 인구 이동 트렌드를 전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이주자 2억5800만명 가운데 약 8000만명이 아시아(중동 포함)에 거주한다. 지역별로 유럽과 북미를 제치고 최대다. 여기서 이주자는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난민을 포함하며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나라별로 따지면 아직까지 미국이 이주자 최대 수용(누계 5000만명) 국가지만 유입 속도는 크게 둔화됐다. 미국은 1990년대 116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를 수용했으나 2000년대 940만명, 2010년대 560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90년대 100만명 유입에 그쳤던 아시아는 2000년대 1670만명, 2010년대 1370만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신규 이민자의 36%가 아시아로 향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으로 오는 비율은 각각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주자를 배출하는 나라도 아시아가 많다. 전체 이주자의 41%가 아시아 출신이다. 최다 배출국은 인도로 1660만명을 내보냈다. 이 중 20%는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앞두고 건설 특수를 노려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아시아로 이주하는 경향도 최근의 특징이다. 아시아 출신 이민자의 60%가 같은 아시아권에 살고 있다. 2000년 24%였던 아시아 출신의 유럽 이민 비율은 19%로 감소했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전에는 소득 수준이 높은 유럽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지만, 신흥국 경제발전에 따라 가까운 아시아권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의 역내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아시아권 이주자의 중위연령(나이의 중간값)이 2000년 37세에서 지난해 35세로 낮아졌다.

반면 북미 이주자 중위연령은 38세에서 45세로 높아졌다. 북미 이주자는 나이가 많아지면서 소득과 사회적 지위도 상승했다. 이에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박탈감과 분노가 커져 이들을 지지 기반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에 이르렀다. 유럽도 이주자 중위연령이 41세에서 43세로 상승했다. 이 지역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론과 정치권이 이민 유입을 제한하는 쪽으로 기우는 현상은 미국과 동일하다.

젊은층 이민으로 노동 공급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시아 경제에 좋은 일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의 안정적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2050년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아시아가 차지하게 돼 산업혁명 이전인 1700년대와 같은 상황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과 유럽이 이민의 문호를 좁힐수록 이 같은 ‘아시아의 세기’가 빨리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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