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 축구’, 세계 축구계 트렌드로 자리 잡나

라이베리아 출신의 조지 웨아(왼쪽)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고 있는 아들 티모시 웨아. AP뉴시스


웨아·지단·클루이베르트 등 아들
아버지의 뛰어난 유전자 이어받아 프로리그 그라운드서 맹활약 예고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웨이크메드 사커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파라과이의 A매치 평가전(미국 1대 0 승). 미국 공격수 티모시 웨아(18)가 후반 41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A매치에 데뷔한 순간이었다. 가장 기뻐한 이는 조지 웨아(52)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1995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그는 티모시의 아버지이다. 최근 축구 스타 2세들이 성인 무대에서 아버지 못지않은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티모시는 2000년 2월 22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미국을 국적으로 삼았다. 지난해 7월엔 아버지가 한때 몸담았던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했다. 그는 지난 3일 트루아와의 프랑스 리그앙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며 1부 리그 경기에 데뷔했다. 지난해 10월 16일 열린 파라과이와의 U-17 월드컵 경기에선 해트트릭을 달성, ‘작은 흑표범’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전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42)의 아들인 저스틴 클루이베르트(19·아약스)도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공격수인 저스틴은 지난 26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33분에 출장했다. 골을 넣진 못했지만 약 1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3대 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이끄는 디에고 시메오네(48) 감독의 아들 지오반니 시메오네(23) 역시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피오렌티나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디에고는 1990년대 아르헨티나를 대표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공격수인 지오반니는 아르헨티나 U-20 대표로 12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성인 대표팀 입성을 꿈꾸고 있다.

이밖에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46) 감독과 엔조 지단(23·로잔 스포르트), 2002 한일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브라질의 히바우두(46)와 히바우지뉴(22·보아비스타) 등 대를 이어 그라운드를 누비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차범근(65)-차두리(38) 부자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었다. 아버지는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아들 차두리는 현재 대표팀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축구 스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이 재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지도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축구를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 금수저’는 끊임없이 아버지와 비교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차두리는 은퇴하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버지 근처에 가지 못하니 속이 많이 상했고, 아버지가 밉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세계 축구계에선 계속 부자(父子) 선수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들이 축구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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