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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보란 듯… 中, 김정은에게 트럼프급 ‘황제 의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내 양위안자이에서 오찬을 마친 뒤 떠날 때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향해 인사를 하자(왼쪽 사진) 시 주석 부부도 손을 흔들고 있다. 웨이보 캡처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이 직접 베이징역에 나가 영접
경호 차량 행렬 2㎞도 넘어… 習, 환영 만찬·환송 오찬 연회
댜오위타이서 차 대접하고 함께 거니는 모습까지 연출


중국이 4일 일정으로 비공식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당시에 버금가는 ‘황제 의전’으로 환대했다. 국경을 넘어왔다가 돌아갈 때까지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최고의 대우를 하고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체류 시간은 특별열차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1박2일, 24시간 정도에 불과했지만 의전 프로그램은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 수준으로 짜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때 자금성(紫禁城)을 통째로 비워 안내를 했으며 차를 대접하고 두 차례 만찬을 했다. 김 위원장도 환영 만찬과 환송 오찬 두 차례 연회를 했고, 최고 수준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내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차를 대접하고 함께 거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양위안자이는 1987년 김일성과 덩샤오핑이 만찬을 했던 장소다.

김 위원장이 26일 오후 3시쯤 베이징역에 도착할 때부터 대우는 남달랐다. 베이징역에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왕후닝 상무위원이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쑹타오 대외연락부장, 지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 등과 함께 영접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김 위원장 차량 행렬은 경찰 오토바이 21대의 호위를 받으며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 차량 행렬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경찰 오토바이 호위를 받으며 수십대의 검은색 승용차와 15대 정도의 버스, 구급차가 줄지어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차량 행렬 길이는 2㎞가 넘어 보였고 차량이 모두 지나가는 데 2분가량 걸렸다.

조선중앙통신과 CCTV가 공개한 일정을 보면 김 위원장은 베이징역에서 댜오위타이로 가 여장을 풀고 첫 일정으로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CCTV로 공개된 시 주석의 모습은 처음에 상당히 상기된 표정이었고, 어느 회담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김 위원장은 비공식 방문이지만 국가정상을 위한 의장대 사열도 했다. 사열은 김 위원장을 배려해 실내에서 진행됐다.

이어 인민대회당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공간인 진써다팅(金色大廳)에서 국빈 만찬이 열렸다. 만찬에는 리커창 총리와 왕 상무위원, 왕치산 국가부주석, 양제츠 정치국 위원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했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환영 만찬 때보다는 격이 낮지만 최대한 배려하는 모양새였다.

김 위원장은 만찬 후 댜오위타이 18호각에서 숙박을 했다. 18호각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베이징 방문 때 묵었던 곳이다. 다음 날 김 위원장이 중관촌을 방문할 때도 물 샐 틈 없는 경호와 교통통제로 김 위원장 일행의 모습은 노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댜오위타이로 다시 돌아가 시 주석이 양위안자이에서 마련한 오찬 연회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레드카펫이 깔린 양위안자이 경내를 함께 걸으며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또 김 위원장에게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시 주석 부부가 김 위원장 부부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자금성에서 차를 대접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시 주석은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북·중의 전통적 우호의 발전을 증명하는 현장이며, 양국 이전 지도자들은 격의 없이 친밀한 관계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시 주석과 함께 이전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이어받아 친선 관계를 계승·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오찬을 마친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헤어지기 전 서로 양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하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 부부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차량에 탑승한 김 위원장 부부도 창문을 내리고 시 주석 부부를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런 모습이 CCTV를 통해 자세히 공개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 일행은 27일 오후 3시쯤 베이징역을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 측은 28일 오전 8시반에 공식발표를 하기 전까지 방중 인사가 누구인지 철저하게 보안을 지켰다.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초특급 경호와 보안, 배려를 하며 전 세계에 북·중 우호관계가 끈끈함을 과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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