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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美·유럽서 가장 미움 받는 남자, 푸틴

사진=AP뉴시스


英서 일어난 러 스파이 테러에 서방국들 “더 이상 못 참아”
러시아 외교관들 대대적 추방 “EU 결속력 오판… 고립 자초”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 이후 최대의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졌다.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영국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연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신냉전’이 본격화됐다. 국제 정세가 냉전시대보다 예측 불가능하다는 면에서 현재의 외교 갈등은 더욱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냉전시대에는 서방과 러시아가 각자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했고 서로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질서를 파괴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일관성을 보이는 유일한 원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덧붙였다.

서방 국가들이 대대적인 연대에 나서게 된 것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폴란드 고등학술연구원의 러시아 출신 학자 블라디미르 이노젬체프는 NYT에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대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그동안 무수한 ‘부정 놀이(denial game)’를 벌이면서도 진실에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형태로 연이어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 “테리사 메이 총리의 의미 있는 외교적 승리”라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긴장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연대감이 조성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점은 푸틴의 심각한 실수”라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하이브리드 전쟁(군사 작전과 첩보전 등의 비군사적 작전이 혼합된 형태)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문제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푸틴은 지금 외교적으로 미움 받는 상태”라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대선 기간 동안 당한 해킹 사건에서 러시아는 매번 배후로 지목됐지만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EU 국가들과 호주, 미국 등 20여개국은 이날 영국에서 벌어진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키로 했다. 아이슬란드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올여름 러시아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에 지도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면서 특히 미국에 대해선 “신중하지 못하고 도발적”이라고 공격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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