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아’ 될 뻔했던 배지환, 빅리그 공식경기 ‘데뷔’

미국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배지환이 27일(한국시간)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피츠버그 홈페이지


미국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배지환(19)이 27일(한국시간) 시범경기에서 데뷔하며 빅리그 첫 공식기록을 남겼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이면계약 파문에 휘말려 ‘국제 미아’로 전락할 뻔했지만, 극적으로 찾은 소속팀에서 첫 출장까지 빠르게 이뤄진 모습이다. 배지환은 첫 득점을 신고했고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도 선보였다.

피츠버그는 이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마이너리그 캠프에 있던 배지환을 플로리다 브레이든턴 레컴파크로 콜업했다. 피츠버그가 2-6으로 끌려가던 7회말, 선두타자인 조디 머서가 우전안타로 1루에 나가자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나왔다. 머서를 대신해 배지환이 1루를 밟았다. 빅리그 공식경기 첫 출장의 순간이었다.

배지환은 동료 라이언 라반웨이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면서 2루를 밟았다. 이어 나온 미켈 그랜베리의 중전안타 때 홈까지 달려 득점을 올렸다. 배지환은 유격수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지안디도 트롬프의 땅볼을 잡아 2루에 송구, 선행 주자를 잡아내며 병살타를 만들었다.

첫 안타의 신고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9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배지환은 상대 우완 토미 버그한스의 공을 공략했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경북고 출신 배지환은 초고교급 유격수로서 일찍부터 MLB 스카우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청소년 대표로 출전한 지난해의 18세 이하 야구월드컵에서는 0.286의 타율에 도루 2개를 기록했다. 중전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한 뒤 강하게 송구하는 장면이 스카우터들 틈에 회자됐다. 배지환은 지난해 9월 애틀랜타와 3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MLB 사무국은 애틀랜타가 국외 아마추어 선수 영입총액을 속였다며 지난해 11월 배지환의 계약을 무효로 선언했다. 애틀랜타는 최근 2년간 영입 선수들의 에이전트들에게 공식 발표액을 넘는 뒷돈을 약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팀을 잃은 배지환은 육성선수 자격으로 한국프로야구 리그에 합류하길 희망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해외파 복귀 시 2년 유예’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행히 배지환을 향한 관심은 꾸준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우 지역 언론이 “구단의 적극적인 영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인연이 닿은 것은 125만 달러의 계약금을 내건 피츠버그였다. 피츠버그가 아마추어 선수에게 제시한 것으로는 사상 2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2010년 박찬호, 2015년 강정호가 뛰었던 피츠버그는 한국 야구와의 인연이 깊다.

배지환은 10년 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를 보며 “빅리그에 서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배지환은 벌써 팀에 녹아든 모양새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배지환은 재미있는 친구(fun guy)”라며 “팀 동료들이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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