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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없는 세상’을 향한 행진, 미국을 뒤흔들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총기 규제 촉구 집회 ‘우리 목숨을 위한 행진’ 참가자들이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잇는 도로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가득 채우고 있다. AP뉴시스


집회 참가자들이 각각 ‘쏘지 마세요. 저는 겨우 11살이에요’(왼쪽 사진), ‘스쿨존이 아니라 워존(전쟁 구역)?’(오른쪽 사진)이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신화뉴시스


“일 안할거면 의사당서 나오라” 50만명 워싱턴 모여 의회 압박
베트남전 반대 이래 최대 규모…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손녀도 연설
트럼프는 골프 치러 플로리다行


2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 ‘우리 목숨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이 열렸다. 이번 시위는 1960∼7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 이후 젊은이들이 주도한 미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지원 시위가 잇따랐다.

주축 집회가 열린 워싱턴DC에서는 총기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참사 생존자 캐머런 캐스키(17)는 “혁명에 동참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 운동을 시작한 뒤 사람들은 내게 ‘어떤 변화라도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가 그 변화다”라고 말했다. 또 의회를 겨냥해 “우리를 대변하지 않을 거라면 (거기서) 나오라”고 압박했다. 2학년생인 캐스키는 같은 학교 생존자 에마 곤잘레스(18·여)와 함께 미국에서 총기 규제 운동을 주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생 활동가다.

“6분20초. 그 시간 동안 17명의 친구가 죽고 15명이 다쳤으며 더글러스 공동체 모두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연설을 시작한 곤잘레스는 총기 폭력이 가져오는 정서적 충격에 대해 설명했다. 채 2분이 안 되는 짧은 연설이었다. 그는 내내 글썽이며 숨진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가만히 서서 4분26초 동안 침묵했다. 연설과 침묵을 합친 6분20초는 지난달 14일 더글러스 고교에서 참극이 벌어진 시간이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손녀 욜란다 르네 킹(9)도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욜란다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할아버지의 명언을 인용하며 ”더 이상은 안 된다. 이 세계가 총기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만명 이상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는 워싱턴 집회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잇는 도로인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입법부에 총기 규제 정책을 촉구하는 차원이다. 백악관은 이날 총기 규제 집회 관련 성명에서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용감한 미국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라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가 열리기 직전 휴식을 이유로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 클럽으로 떠났다.

워싱턴 집회에는 마일리 사이러스,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 팝가수와 조지 클루니 등 할리우드 스타도 동참했다. 클루니는 50만 달러를 후원하기도 했다.

총기 규제 집회는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등 각지에서 열렸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뉴욕에 약 15만명이 모였다고 전하며 “혁명이 시작될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집회에 참가한 가수 폴 매카트니는 총기에 희생된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을 언급하며 “이 근처에서 총기 사건으로 내 소중한 친구가 죽었다”며 총기 규제를 지지했다.

한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와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에서는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맞불 집회가 열려 총기 규제 시위 참가자들과 일부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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