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같은 변화구… ‘믿을맨’ 오승환, 부활 청신호

사진=AP뉴시스




“많은 어린 친구들은 저런 공을 보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공이다.”

25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선’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한 마이너리거가 같은 팀 오승환(사진)의 피칭을 본 뒤 이처럼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승환은 이날 필라델피아 필리스 마이너리거 팀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19구로 4타자를 아웃시켰다. 탈삼진이 3개였는데, 첫 두 타자는 3구 삼진이었다.

오승환은 경기 뒤 “내가 할 일은 코칭스태프가 등판하라 할 때마다 준비를 해 두는 것”이라고 통역을 통해 말했다. 그는 “많은 타자를 상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공과 느린 공(오프스피드)을 제대로 만드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2016년 미국프로야구(MLB) 진출 당시 ‘돌직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2016시즌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변화구를 공략당한 영향이었는데, 토론토는 오승환의 반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구속과 구위, 릴리즈 포인트 등을 살펴본 결과 오승환이 2016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얘기다.

야구 통계매체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오승환의 직구 구위나 구속은 2016년과 지난해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다만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폭이 감소했는데, 타자들이 밋밋한 변화를 잘 공략했다.

팬그래프닷컴은 오승환의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수직 움직임이 작아진 이유를 투구폼에서 찾는다. 오승환의 제2구종인 슬라이더의 경우 투수판으로부터 손끝 거리인 ‘익스텐션’이 2016년 5.77피트(175.9㎝)에서 지난해 5.55피트(169.2㎝)로 줄었다. 공이 손을 떠나는 높이인 ‘릴리즈 포인트’도 같은 기간 5.46피트(166.4㎝)에서 5.32피트(162.1㎝)로 낮아진 모습이었다.

결국 오승환의 변화구가 타자들의 방망이에 걸려든 이유는 투수판에서의 전진 정도와 공을 놓는 높이가 조금씩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구속 저하나 볼넷 비중 증가 등의 근본적 문제가 아니며, 결국 투구폼 수정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팬그래프닷컴은 강조한다. 토론토의 피트 워커 투수코치도 올 시즌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달라졌다며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슬라이더가 땅바닥에 가까운 낮은 높이로 들어간다면, 오승환은 셋업맨 보직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8회에 등판해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가 나올 때까지 팀의 승리를 지키는 역할이다. 오승환은 이날 “던지는 공마다 높게 향하지 않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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