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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화제] 햄버거>바게트… 자존심 구긴 ‘미식의 나라’ 佛



전통적으로 먹거리에 자부심을 가져 온 프랑스인들이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바게트 사이에 채소와 햄 등을 넣어 먹는 전통 샌드위치보다 미국식 햄버거를 더 많이 사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파리 소재 식품 컨설팅업체 지라 콩세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통요리에 자부심이 컸던 프랑스에서 식습관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팔린 햄버거 개수는 10억4600만개로, 이는 10년 전보다 14배나 늘어난 것이라고 업체는 분석했다. 지난해 팔려나간 바게트 샌드위치는 10억2200만개였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에선 이제 패스트푸드점부터 미슐랭스타 레스토랑까지 어디서나 버거를 볼 수 있다”면서 “프랑스인들은 버거에 미쳤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전역에서 햄버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햄버거 업체 맥도날드는 프랑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망베르 치즈나 디종 머스터드소스, 마카롱 등을 곁들인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일은 또 있다. 유럽에서 갈수록 영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프랑스어는 입지가 점점 좁아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수백만 유로를 투자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마크롱은 이날 국제 프랑코포니(프랑스어 사용권)의 날을 맞이해 프랑스 한림원에서 가진 연설에서 프랑스어 진흥을 위한 30개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프랑스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250시간 제공하고 있는 무료 프랑스어 강습시간을 400∼600시간으로 늘리고, 유럽연합(EU) 관리들에 대한 프랑스어 강습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외국에 더 많은 프랑스학교를 설립해 프랑스어 교육의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을 밝혔다.

마크롱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영어가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다”면서 “외교적 언어로서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국제회의 등에서 프랑스어로 연설하는 것이 프랑스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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