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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정보 유출, 글로벌 선거개입 스캔들로 번지나

영국 채널4뉴스가 19일(현지시간) 폭로한 영상에서 알렉산더 닉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최고경영자(오른쪽)가 맞은편에 고객으로 위장해 앉아 있는 기자에게 자신들의 선전선동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채널4뉴스 캡처


성향 정보 빼낸 데이터분석업체 선거판서 정치인 매수·협박 들통
CEO “뇌물 주고 매춘부 투입해 전 세계 200여개 선거에 개입”
영국 방송, 잠입취재 영상 공개… 연루된 페북 주가 6.77% 대폭락


이른바 ‘페이스북 스캔들’ 사태가 무섭게 커지고 있다. 단순한 정보유출 사건에 그치지 않고 현대 민주정치의 근간인 선거제 자체를 위협하는 초대형 사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 5000만명의 페이스북 정보가 다국적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유출됐다는 폭로에 이어 이 업체가 세계 각국의 정치적 선전선동을 부추기고 정치인들에게 뇌물 제공과 협박을 일삼아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영국 채널4뉴스는 4개월간의 잠입취재 끝에 알렉산더 닉스 CA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1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영상에서 스리랑카의 선거업체 관계자로 위장한 기자에게 닉스는 자신들이 세계 200개 이상의 선거에 비밀리에 개입했다면서 정치인들에게 매춘부와 뇌물을 제공한 뒤 이를 이용해 협박을 일삼았다고 떠벌렸다. 이틀 전 영국 옵저버와 미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에서 미 유권자 5000만명의 정보가 이 업체에 불법 유출돼 2016년 대선 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캠프를 위해 활용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닉스는 영상에서 각국 정치인들을 협박하는 방법을 술술 털어놨다. 닉스는 “거액의 자금을 후보에게 뇌물로 제시하고 그 대가로 토지 등을 받는다”면서 “상대 후보의 집에 우크라이나 여자(매춘부)들을 보낸다”고도 말했다. 이 과정을 기록해 나중에 정치인을 협박할 수단으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닉스는 “고객 중 많은 이는 외국업체와 일하는 걸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가짜 신분과 웹사이트를 만들어 대학 연구생이나 관광객으로 위장한다.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이 악의적 선전선동을 부추긴다는 발언도 나왔다. CA의 정치분야 담당자 마크 턴불은 영상에서 “우리는 그저 선전선동 정보를 인터넷 혈류(blood stream)에 풀어놓고 멀찍이서 그게 자라나는 걸 지켜본다”며 “그러다 이따금씩 선동을 부추기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건 선전선동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이런 보도에 닉스는 성명에서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됐다. (언론이) 우리를 덫에 빠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유출 스캔들의 당사자인 페이스북은 직격탄을 맞았다. 19일 미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6.77% 떨어졌다. 4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페이스북과 함께 ‘FANG’으로 불리는 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대표 기술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FANG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 1184억 달러(약 127조원)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페이스북은 외부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범죄분석) 업체를 고용하는 한편 20일 오전 긴급 직원 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선 미 상원 상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정보유출 스캔들과 관련한 서면질의서를 보내 관계자가 상원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CA의 모회사 SCL에도 같은 질의서가 발송됐다. 상원 일각에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캔들에 연루된 것을 고려하면 집권당인 공화당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준다.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도 “시민들의 권리를 용납하지 못할 만큼 침해한 사건”이라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사건을 직접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페이스북이 보다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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