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밤 10시에 자전거 끌고 길 건너던 여성 치어 첫 사망
보조 운전자 있었지만 속수무책… 우버, 시범 운행 전면 중단 선언
자율주행차에 대한 우려 커져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 차량에 보행자가 치여 숨지면서 무인 자동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로 보행자가 숨진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지난 18일 오후 10시쯤 애리조나 중남부 도시 템피에서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던 49세 여성 일레인 허츠버그가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이던 우버 차량에 치여 숨졌다고 19일 보도했다.
사고 차량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볼보 XC9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시속 약 64㎞로 달리다 사고를 냈다고 현지 경찰은 설명했다. 시험 운행 중이던 이 차량에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보조 운전자 한 명만 타고 있었다.
차량은 사고 전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틀지 않았고 운전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날씨는 맑고 건조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사고 직후 우버는 템피,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우버는 성명에서 “우리는 희생자 가족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당국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로 애리조나 등 북미 일부 도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 도입 사업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애리조나는 무인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우버와 웨이모 등 관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해 왔다.
미 소비자 감시단체 ‘컨슈머 와치독’의 존 심슨은 “애리조나는 사실상 아무 규제가 없는 로봇 자동차(무인자동차) 시험의 서부 황야 지대였다”며 “그게 우버와 웨이모가 그곳에서 시험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심슨은 이번 사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전국 공공도로에서 로봇 자동차를 시험할 수 없도록 정부가 규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우버는 2016년 12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가 도로 옆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은 뒤 약 3개월간 시범 운행을 중단한 바 있다. 2016년 6월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 차량이 자율주행 모드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화물차와 충돌해 테슬라 운전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프랑스 회사 나비아가 제작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트럭에 들이받히기도 했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이번 비극적 사고로 볼 때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 도로를 공유하는 승객, 보행자, 운전자에게 안전해지려면 갈 길이 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