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동네 커피숍 1인 창업자, ‘골리앗’ 물리치다… 서울서 5년째 커피숍 운영 배준석씨



서울 은평구에서 5년째 커피숍을 운영 중인 배준석(39·사진)씨는 지난해 4월부터 LG화학 자회사인 ‘행복누리’에 로스팅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행복누리는 LG화학 오창공장 등 6개 사업장에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납품하는 양은 월 평균 450∼500㎏으로 가격으로 1000만∼1100만원 정도다. 배씨가 납품으로 올리는 연간 매출액은 1억2000만원에 이른다. 그는 “커피숍과 함께 운영 중인 커피아카데미 수료생이 요청하면 일부 로스팅 원두를 납품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배씨는 어떻게 대기업에 납품하는 행운을 거머쥐었을까. 지난해 3월 행복누리 측은 원두 납품 업체를 찾는데 입찰하고 원두 샘플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경쟁 상대는 라바짜, 테라로사 등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었다. 개인 자영업자인데다 별다른 납품 실적이 없는 배씨에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배씨였다. 개인이 프랜차이즈 업체를 넘어선 데는 ‘공정’이라는 원칙이 작용했다. 행복누리는 6명의 바리스타를 포함한 10명을 심사에 참여시켰다. 이들은 4개의 커피를 놓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공정한 결과도 그래서 나왔다. 이종일 행복누리 부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번의 테이스팅 결과 배씨가 보내 온 샘플의 맛이 압도적 1위였다”며 “개인이라도 프랜차이즈보다 실력이 있으니 계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의 다음 목표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덩치를 키우는 일이다. 행복누리 납품을 하면서 본 모습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행복누리는 전체 사원 185명 가운데 130명이 장애인인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배씨는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담당 부서와 기획재정부에 문의하면서 장애인 고용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쟁력과 투명성, 열정만 있다면 어렵기는 해도 큰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사업가들이 인정받고 성공하는 사례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