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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트럼프 스타일, 북미회담 장애? 도움?… ‘예측불허’

사진=AP뉴시스


국무장관 경질로 실무진 혼란… 알맹이 없는 부실회담 걱정
“A, B, C 방안 제시하더라도 회담장서 엉뚱한 얘기 꺼낼 것”
키신저 “즉흥적 스타일이 의미있는 성과 만들어 낼 수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예측불허다. 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했을 때 백악관 참모들조차 놀라워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못지않게 놀라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동은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국무장관을 경질한 것이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국무장관이 공석이고, 북측과 아무런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언한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는 보통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쿠바 지도자 라울 카스트로와 정상회담을 하기까지는 2014년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고도 2년이 지난 뒤였다. 반대 여론을 설득하면서 정치범 석방과 경제 제재 해제, 대사관 설치 등 정지작업을 해나가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보다 더 오랫동안 미국의 적대국인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는 데 2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만 아니었으면 당장 4월이라도 만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이었다. 그의 이런 즉흥적 스타일에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거나 알맹이 없는 부실한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준비 부족으로 회담이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20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행정부라면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은 냉전 이후 자신들을 미국과 동등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원했다”며 “백악관과 NSC의 그 누구도 미국 대통령과 동맹의 신뢰를 해치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을 치를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실무자들의 준비 부족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백악관 사정을 잘 아는 한 아시아 전문가는 WP에 “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A, B, C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전혀 엉뚱한 얘기를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외교의 거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같은 전통주의자들이 최우선으로 권고하는 방식은 아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을 불허하고 즉흥적인 스타일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데, 지금 와서 그것이 바뀔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북한과의 대화 같은 진전된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미국 보수계 지성지 ‘내셔널 리뷰’는 이런 발언에 대해 “키신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이 (외교적) 진전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라고 평가한 것”이라며 “그가 (보수 진영에서 우려하는) 트럼프-김정은 간 만남을 보증하고(endorse)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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