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우즈·호날드… 여제·황제·천재의 ‘귀환’

사진=AP뉴시스


■ 박인비, 환상적 퍼팅… '여제'가 돌아왔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오랜 부상 공백기를 이겨내고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신들린 퍼트 감각을 뽐낸 끝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9승째를 따냈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679야드)에서 열린 2018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아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의 우승이다.

박인비는 전날 3라운드까지 14언더파 202타를 쳐 선두에 올랐다. 이날 1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그는 후반 라운드 12∼15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낚아 공동 2위 그룹과의 차이를 5타로 벌린 채 완벽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인비는 대회를 마친 뒤 현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부상 공백기가 길었는데, 이렇게 빨리 우승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복귀전을 치렀던 싱가포르에서 공이 잘 맞았고, 퍼트를 조금만 더 보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던 박인비는 지난해 8월 메이저 대회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끝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다.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2일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투어 복귀전을 치렀다. 세계랭킹은 19위까지 떨어졌다. 우려했던 것처럼 경기 감각이 덜 올라온 모습이었다. 박인비는 공동 31위로 복귀전을 마쳤다.

그러나 복귀전은 몸 풀기에 불과했다. 떨어진 세계랭킹도 박인비 앞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시즌 두 번째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 맹타를 선보였다. 1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대회 이틀째 버디 5개에 보기 4개를 써내 1언더파에 그쳤지만 3∼4라운드에서 14타를 줄이는 화끈한 몰아치기로 우승컵을 가져갔다.

박인비는 2013∼2015년 세 시즌 동안 14승(메이저 대회 6승)을 챙기며 본격적인 승수 쌓기에 돌입했다. 이후에는 각종 부상이 찾아오면서 맘고생을 했다. 2016년에는 한국 여자 골프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을 이끄는 등 활약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투어 10개 대회 참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으로 시즌 중도에 하차했다.

2년간의 잇단 부상에도 골프 여제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린 위에 다시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묵묵히 연습에 매진했다. 특히 장기인 퍼트를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4개를 써내며 주춤하자 남편인 남기협 코치와 함께 쉼 없이 퍼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퍼터를 바꾼 것도 주효했다. 헤드가 반달 모양인 말렛 유형의 퍼터를 쓰던 그는 이번 대회 헤드가 일자형인 앤서 스타일의 퍼터로 바꿨다. 퍼팅 때 어디에서 실수가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퍼터 교체 또한 남편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퍼터 교체 등 퍼팅에만 올인한 것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하면서 박인비는 1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박인비는 만 30세가 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이 됐다. 그는 소속사 브라보앤뉴를 통해 "20대를 보내고 30대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승이 좋은 신호탄이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 '빨간 티' 우즈와 '장타' 매킬로이, PGA 두 황제의 귀환

타이거 우즈(43·미국)가 완벽하게 부활하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우즈는 기세를 몰아 다음 달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 그린 재킷(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옷)까지 넘보고 있다.

포스트 우즈의 선두주자로 한때 '신황제' 위치에 올랐던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도 18개월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며 우즈와 동반 부활에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적 복귀로 PGA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이다.

우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클럽(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우즈는 지난주 발스파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톱5에 오르며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되찾았다.

이날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티를 입고 필드에 나선 우즈는 10번 홀 버디에 이어, 12∼1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역전 우승 가능성을 키웠다. 하지만 16번 홀 OB(out of bounds)와 다음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아쉽게도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전문가들은 막판 뒷심과 정교함만 보완한다면 조만간 '황제'의 시즌 첫 대관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즈는 1999∼2009년 해마다 평균 5.8승씩을 기록했고 99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열린 35개 메이저대회 중 3분의 1이 넘는 13승을 챙기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이날 최근 20년 동안 스포츠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선수 20명을 발표하면서 1위에 우즈를 올렸다.

이런 우즈가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보이자 팬들은 일찌감치 다음 달 6일 열리는 PGA 투어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시선을 두고 있다. 우즈는 1997·2001·2002·2005년에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미국 베팅업체들에 따르면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확률은 10대 1로 더스틴 존슨과 저스틴 토마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우즈가 5위를 차지한 이 대회 우승은 매킬로이가 가져갔다. 전 세계랭킹 1위인 매킬로이는 우즈가 기량하락과 부상으로 주춤한 2010년대 초중반에 그린을 평정했다.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투어챔피언십 이후 1년6개월 만에 PGA투어 대회 정상에 복귀했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호쾌한 장타로 인해 우즈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히며 나이키에서 거액의 후원을 받기도 했다. 매킬로이와 우즈는 함께 나이키 광고에 출연하면서 둘의 대결은 더욱 주목 받았다. 하지만 우즈는 각종 스캔들과 부상으로 한동안 필드를 떠났고, 매킬로이도 2015년 이후 부상 여파로 부진이 길어지면서 점차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난 5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멕시코 챔피언십에서는 필 미켈슨(48·미국)이 4년 8개월 만에 투어 우승을 거뒀다. 우즈, 매킬로이, 미켈슨 등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올드보이'들의 화려한 귀환에다 저스틴 토마스, 조던 스피스 등 차세대 주자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올 시즌 PGA 투어가 한층 더 뜨거울 전망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 한물갔다더니 4골 1도움 '원맨쇼'… 호날두 살아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는 올 시즌 초반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다. "이제 끝났다" "한물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부진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불타는 득점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며 부활했다. 어느새 리오넬 메시(31·FC 바르셀로나)와 리그 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낯익은 풍경을 연출하면서 '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의 지속을 웅변하는 모양새다.

레알 마드리드는 19일(한국시간)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2018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 지로나와의 홈경기에서 6대 3으로 대승했다. 호날두의 활약이 압권이었다. 그는 4골 1도움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3연승을 이끌고 치열한 난타전을 매듭지었다.

리그 6경기 연속골을 달성한 호날두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는 올 시즌 초반 12경기에서 4골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2018년이 시작되면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해 치른 리그 11경기에서 18골을 몰아쳤다. 레알 마드리드가 8강에 안착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포함하면 2018년 13경기에서 21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이다.

호날두가 화끈한 골감각을 보여주면서 리그 득점왕 경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호날두는 시즌 22골로 득점 부문 선두 메시(25골)와 어느덧 3골로 격차를 좁혔다.

메시는 올해 치른 리그 11경기에서 10골을 뽑아내며 꾸준한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UCL, 국왕컵 경기 등을 포함하면 18경기에서 16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호날두의 최근 폭발적인 활약을 보면 시즌 막바지 메시를 넘어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팀이 어려울 때 해결사 역할을 하기에 호날두의 활약은 더욱 반갑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승리로 18승6무5패로 승점 60점 고지를 밟으며 리그 3위를 지켰다. 리그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64점·19승7무3패)와의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는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75점·23승6무)를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2위 싸움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분명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은 경기 후 "호날두는 나머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선수다. 그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팀 성적도 좋다"며 "그는 자신이 쉬거나 뛰어야 할 시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면 항상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칭찬했다.

박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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