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환상적 퍼팅… ‘여제’가 돌아왔다

박인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마지막 라운드에서 15번 홀을 향해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1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AP뉴시스


부상으로 8월에 시즌 조기 마감 지난 2일 7개월 만에 투어 복귀
경기 감각 익힌 뒤 이번 대회 출격 3·4라운드서 화끈한 몰아치기
최종 19언더파… 통산 19승 기록


‘골프 여제’ 박인비가 오랜 부상 공백기를 이겨내고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신들린 퍼트 감각을 뽐낸 끝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9승째를 따냈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클럽(파72·6679야드)에서 열린 2018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아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의 우승이다.

박인비는 전날 3라운드까지 14언더파 202타를 쳐 선두에 올랐다. 이날 1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그는 후반 라운드 12∼15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낚아 공동 2위 그룹과의 차이를 5타로 벌린 채 완벽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인비는 대회를 마친 뒤 현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부상 공백기가 길었는데, 이렇게 빨리 우승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복귀전을 치렀던 싱가포르에서 공이 잘 맞았고, 퍼트를 조금만 더 보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던 박인비는 지난해 8월 메이저 대회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끝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다.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2일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투어 복귀전을 치렀다. 세계랭킹은 19위까지 떨어졌다. 우려했던 것처럼 경기 감각이 덜 올라온 모습이었다. 박인비는 공동 31위로 복귀전을 마쳤다.

그러나 복귀전은 몸 풀기에 불과했다. 떨어진 세계랭킹도 박인비 앞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시즌 두 번째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 맹타를 선보였다. 1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대회 이틀째 버디 5개에 보기 4개를 써내 1언더파에 그쳤지만 3∼4라운드에서 14타를 줄이는 화끈한 몰아치기로 우승컵을 가져갔다.

박인비는 2013∼2015년 세 시즌 동안 14승(메이저 대회 6승)을 챙기며 본격적인 승수 쌓기에 돌입했다. 이후에는 각종 부상이 찾아오면서 맘고생을 했다. 2016년에는 한국 여자 골프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을 이끄는 등 활약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투어 10개 대회 참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으로 시즌 중도에 하차했다.

2년간의 잇단 부상에도 골프 여제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린 위에 다시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묵묵히 연습에 매진했다. 특히 장기인 퍼트를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4개를 써내며 주춤하자 남편인 남기협 코치와 함께 쉼 없이 퍼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퍼터를 바꾼 것도 주효했다. 헤드가 반달 모양인 말렛 유형의 퍼터를 쓰던 그는 이번 대회 헤드가 일자형인 앤서 스타일의 퍼터로 바꿨다. 퍼팅 때 어디에서 실수가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퍼터 교체 또한 남편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퍼터 교체 등 퍼팅에만 올인한 것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하면서 박인비는 1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박인비는 만 30세가 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이 됐다. 그는 소속사 브라보앤뉴를 통해 “20대를 보내고 30대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승이 좋은 신호탄이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