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美 외교수장 이어 경제사령탑에도 ‘골수 트럼프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폭탄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후임에 보수 성향 경제평론가 래리 커들로(71·사진)를 지명했다. 커들로는 트럼프 대선캠프의 비공식 자문을 맡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를 적극 지지하는 등 ‘골수 트럼프맨’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측근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하는 등 경제와 외교 모두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커들로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정책보좌관과 국가경제위원장직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국가경제위원장은 무역정책과 세제·인프라 투자 등을 주도하는 미 행정부의 경제 사령탑이다. 커들로는 내정 발표 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강한 달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권 때 백악관 예산국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고 수년간 비공식 경제참모로 활약했다. 그는 현재 경제 전문매체인 CNBC방송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미 정치정문매체 폴리티코는 “커들로는 경제 정책과 관련해 정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해온 인연으로 발탁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경제사령탑을 맡고 싶어 하는 숱한 인사들이 있었지만, 지난 13일 커들로를 전화로 면접한 뒤 최종적으로 그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커들로는 자유무역의 신봉자로, 보호무역주의에 비판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들로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생각이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와 아울러 외교에도 친정체제가 구축됐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이 전격 교체되면서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6∼7월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를 정하려면 국무장관이 북한 측과 협의해야 하는데, 상원 인준을 거치기 전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전면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에런 데이비드 밀러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통상 정상회담 준비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돼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6∼7월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도 서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폼페이오 지명자의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정상회담과 관련된 북·미 협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폼페이오 지명자의 인준 절차를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는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쟁을 찬성한 폼페이오 지명자의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 의원은 CIA의 고문 프로그램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나 해스펠 CIA 국장 지명자의 인준도 반대했다.

상원의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폴 의원의 반대는 경우에 따라 폼페이오 지명자의 인준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상원에서 51석을 가진 공화당은 민주당(49석)에 겨우 2석 앞서 있다. 만일 투병 중인 존 매케인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폼페이오 인준안은 부결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폼페이오 지명자에 대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아 당내에서 폼페이오에 대한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폼페이오 인준 청문회는 다음 달 열린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