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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초강경 카드… 서방-러시아 ‘냉기’

테리사 메이(가운데) 영국 총리가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기도 테러가 일어난 솔즈베리 시내 사건 현장을 15일(현지시간) 직접 시찰하고 있다. AP뉴시스


국제사회 ‘신냉전 시대’ 접어들어… 독일·프랑스 “러 소행” 공동성명
러 외무 “우리도 英 외교관 추방”… 푸틴, 안보회의 소집 보복 논의


지난 4일 영국에서 벌어진 전 러시아 스파이 암살기도 사건에 대해 영국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겠다고 나서면서 국제사회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암살기도 사건을 이유로 23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한 것은 과거 냉전시대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5일에는 암살기도 사건이 발생한 솔즈베리시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이번 암살기도 사건은 유엔에서도 비중 있게 논의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만일 이 문제에 대해 지금 당장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뉴욕을 비롯해 이 회의장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도시에서도 화학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에 책임을 돌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사건을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데 영국과 시각을 같이한다”면서 “솔즈베리 사건 관련한 모든 질문에 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앞서 다소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이번 성명으로 영국 지지 의사를 확실히 했다.

러시아는 암살기도 사건이 오히려 영국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영국 정부가 6월 개최되는 월드컵을 앞두고 러시아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려고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곧 영국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안보회의를 소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만간 영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 갈등이 메이 총리와 푸틴 대통령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NYT는 “그동안 메이 총리처럼 나약해 보이는 지도자도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암살기도 사건 후 메이 총리가 푸틴을 비난하면서 그녀는 갑자기 서방에서 가장 강한 지도자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인들에게 있어 이번 사건은 ‘러시아는 너무나 강력해서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다’ ‘푸틴은 어떤 위험이든 무릅쓸 준비가 돼 있는, 두려움 없는 수호자’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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