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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잡스’ 홈스, 사기꾼 전락… 거짓말로 억만장자 반열

사진=AP뉴시스


허위기술로 투자자 속여 자금 유치
벌금 50만달러·경영권 반납 처분
실리콘밸리 신데렐라서 업계 퇴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던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Theranos)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34·사진)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게 됐다. 피 몇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홍보했지만 거짓말이나 다름없었다.

홈스는 14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벌금 50만 달러(약 5억3260만원), 테라노스 주식 포기 및 경영권 반납, 향후 10년간 상장사 임원 자격 금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SEC는 테라노스와 홈스가 허위 기술로 투자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보고 2016년부터 사기 혐의를 조사해 왔다.

19세 때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중퇴한 홈스는 2003년 ‘누구나 낮은 비용으로 건강관리를 받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테라노스를 창업한 뒤 질병 조기 진단 기술 ‘에디슨’을 발표하며 신리콘밸리의 신화로 부상했다. 2012년 에디슨을 공개하면서 피 몇 방울로 200여개의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홍보했다.

이후 투자자가 몰리면서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가 한때 90억 달러(약 9조6000억원)까지 치솟았고 지분 50%를 보유한 홈스는 억만장자가 됐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벤처업계 큰손 팀 드레이퍼 등이 거액을 투자하고,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홈스는 언변이 거침없는 데다 목이 올라온 검은 티를 즐겨 입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기도 했다.

테라노스 사기 의혹은 2015년 10월 WSJ의 보도로 불거졌다. WSJ이 에디슨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질병이 기초적인 10여종에 불과하다고 보도하면서 검찰과 보건·금융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

SEC는 이번 발표에서 테라노스가 투자 유치를 위해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 수준이던 2014년 미국 국방부와의 계약액을 1억 달러(약 1070억원)라고 부풀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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