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오늘 페더러와 리턴매치… “긴 랠리로 긴 승부를”

2016년 7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500시리즈 시티 오픈에 출전한 정현(왼쪽)이 김치완 CWK 테니스아카데미 USA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치완 대표 제공


“정현(세계랭킹 26위)은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의 리턴매치에서 잃을 것이 없습니다.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장점을 살린다면 접전을 벌일 수 있을 겁니다.”

한국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김치완(50) CWK 테니스아카데미 USA 대표는 15일(한국시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현이 페더러와의 재대결에서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달러)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를 2대 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16일 오전 11시 준준결승에서 맞붙을 상대가 바로 테니스 황제 페더러다. 정현과 페더러는 지난 1월 26일 호주오픈 4강전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페더러가 1세트를 이기고 2세트 5-2로 앞선 상황에서 정현은 발바닥 물집 때문에 기권했다.

김 대표는 우선 “첫 서브 성공 확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더러는 속전속결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정현은 승부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며 페더러의 실수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현이 페더러를 상대로 이길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만큼 호주오픈 때보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현은 최근 포핸드와 서브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이후 부쩍 붙은 자신감이다. 김 대표는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대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자들을 하나씩 제압하며 한 단계 진화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정현의 멘토로 불린다. 그는 정현의 아버지 정석진씨와 대한항공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정현을 조카로 생각하며 자신의 경험을 전해 주고 있다. 실제로 정현은 김 대표를 삼촌이라 부른다. 정현은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면 김 대표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21세의 정현이 페더러를 꺾는다면 남자테니스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페더러와 함께 한때 천하를 호령한 노박 조코비치(13위·세르비아)와 앤디 머레이(29위·영국)가 각각 기량 하락과 부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교체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머지않아 정현이 세계 톱랭커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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