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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라도 좋다… 北 마유철·김정현 ‘완주 투혼’

북한의 마유철(왼쪽)과 김정현이 14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남자 1.1㎞ 스프린트 좌식 예선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에 이어 두 번째 레이스에 나서 완주에 성공했다.평창=최현규 기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1㎞ 스프린트 예선 경기 함께 출전
마유철 한 차례 넘어진 후에도 곧바로 일어나 끝까지 레이스
마 31위, 김정현 32위로 마쳐… 관중들 뜨거운 격려의 응원도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발을 내디딘 북한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들이 평창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도전과 열정을 바탕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레이스에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북한 선수단의 마유철(27)과 김정현(18)은 1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1㎞ 스프린트(좌식) 예선 경기에 출전했다. 총 36명의 선수가 참가한 예선에 마유철은 32번째, 김정현은 33번째로 출발했다. 한반도기를 든 응원단 70여명은 힘차게 팔을 내저으며 출발한 마유철과 김정현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두 선수는 첫 오르막 구간을 온 힘을 다해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북한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은 “정현이 올라가! 정현이 올라가!”를 외치며 격려했다. 마유철은 내리막 구간에서 한 차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간 끝에 완주에 성공했다. 마유철은 36명 중 31위(3분49초48), 김정현은 32위(4분23초87)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성적은 하위권이었지만 혼신을 다한 마지막 레이스였다. 경기를 마친 두 선수는 숨을 헐떡이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났다. 마유철은 소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머쓱한 듯 그냥 지나갔다. 김정현은 잠깐 멈칫했으나 옅은 미소만 보인 채 마유철의 뒤를 따라갔다.

이들은 지난 11일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경기를 치를 때도 아름다운 완주를 보여줬다. 마유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km(좌식)에서 26위, 김정현은 꼴찌(27위)를 기록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이 공식 세리머니를 하던 시간에 결승선을 통과할 정도로 늦었지만 관중은 포기를 모른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바이애슬론센터를 방문했다. 한국의 신의현과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날씨가 따뜻해져 흰색 패딩 대신 회색 코트를 입은 채 야외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단을 직접 만나 악수하며 덕담도 주고받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명호 회장은 “같이 장애인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해보자는 취지로 북한 선수단에 장비를 지원하고 싶다. 장애인 스포츠가 남북 관계에 있어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단에 평창패럴림픽 첫 메달을 안긴 신의현은 “짧은 기간이라 북한 선수들과 친해지기 어려워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를 처음 접한 마유철과 김정현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로부터 와일드카드(특별 초청권)를 부여받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북한 패럴림픽 선수단은 대회 도중인 15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귀환한다.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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