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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가난한 우크라이나, 어떻게 패럴림픽 강국 됐나

우크라이나의 타라스 라드가 13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2.5㎞ 남자 좌식 경기에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평창=최현규 기자


13일 현재 우크라이나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메달 순위 3위(금5·은4·동6)에 올라 있다.

우크라이나는 스포츠 강국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금메달 1개를 따내 21위를 기록했다. 하계올림픽에서도 도드라진 성적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장애인 스포츠 제전인 패럴림픽에선 강자로 통한다. 우크라이나가 유독 장애인 스포츠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장애인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996·2000년 하계패럴림픽에서 각각 44위와 35위에 그쳤다. 그리고 1998·2002년 동계패럴림픽에선 각각 14위와 18위를 차지했다. 이랬던 우크라이나는 2006년 동계패럴림픽 이후부터 하계·동계패럴림픽에서 항상 5위권 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우크라이나 장애인 스포츠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발레리 서쉬케비치(64)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회장이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수영선수였던 그는 정치계에 입문해 국회의원이 된 후 우크라이나의 패럴림픽 육성을 이끌었다. 그는 2002년 국립패럴림픽 센터를 세웠고 장애인 스포츠를 위한 특별 예산을 따내기도 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과 학교엔 장애인 스포츠 시설들이 들어섰고 이는 장애인 스포츠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

시설뿐만 아니라 우수 장애인 선수를 발굴하는 시스템도 훌륭하다. 서쉬케비치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이 100명 있으면 그 중 스포츠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 5명 정도 된다. 우리는 그들에게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다. 일반 직장을 갖기 어려운 장애인 선수들은 스포츠를 직업으로 여기고 매진한다. 생계에 대한 절박함이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과 선수 발굴 그리고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 우크라이나 장애인 스포츠의 힘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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