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2018 평창

배동현 단장 있으매 신의현이 달린다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의 간판 신의현이 1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 경기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평창=최현규 기자
 
이날 신의현의 경기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는 배동현 한국 선수단장(오른쪽)의 모습. 배 단장은 신의현이 속한 실업팀인 창성건설의 대표로서 아낌없는 후원을 해왔다. 신의현은 배 단장의 지원에 힘입어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렸고 이번 대회에서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배동현 단장 제공


안정적인 선수 생활 하도록 지원…대회 기간엔 메달 획득 관계없이 매 경기 현장 찾아 뜨거운 응원
신의현 크로스컨트리 銅 획득 땐 자신이 메달을 딴 것처럼 감격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노르딕스키 사상 한국의 첫 메달을 따낸 신의현(38·창성건설)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남자가 있다. 신의현이 웃을 때 같이 웃고, 슬퍼하면 같이 슬퍼한다. 바로 한국 선수단 배동현(35) 단장이다. 그는 신의현이 메달을 따내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매 경기 현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배 단장은 2015년 8월 민간기업 최초로 동계 종목 장애인 노르딕스키 실업팀인 창성건설을 창단했으며 이때 입단한 신의현과 인연을 맺었다. 창성건설 대표인 배 단장은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주변에서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운동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이때부터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다. 역경을 극복하며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키우는 장애인들의 스토리에 감동을 받고 그들의 곁에 있어주기로 했다. 배 단장은 2012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협회장을 맡았으며 결국 장애인 실업팀을 창단하겠다는 꿈을 2014년 12월 CEO가 된 뒤 이뤘다. 덕분에 신의현은 고정 급여를 받으며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또 운동에만 집중하며 기량이 급성장해 평창패럴림픽에서 첫 메달까지 손에 쥐었다.

배 단장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 하지 않는다. 그는 신의현과 거의 동고동락하면서 감정을 교감하는 사이다. 신의현이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남자 7.5㎞(좌식)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배 단장은 곁에서 남몰래 눈물을 글썽였다. 하루 뒤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좌식)에서 동메달을 따내자 자신이 메달리스트가 된 것처럼 감격스러워했다.

배 단장은 신의현이 바이애슬론 남자 12.5㎞(좌식) 5위를 기록한 13일에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를 직접 찾았다. 신의현은 이날 바이애슬론 사격에서 7발이나 놓치는 실수를 했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레이스를 펼쳐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배 단장의 표정에는 어두움보다는 안쓰러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최근 그는 신의현을 비롯해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쫓아다니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너무 응원을 많이 하는 바람에 목이 쉬었다. 그는 “목이 아파도 괜찮다. 신의현의 경기를 보면 매일매일 엔돌핀이 샘솟고 흥분된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가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엔 선수단장이 이런 자리인줄 모르고 시작했다. 지금은 하다 보니 정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배 단장은 신의현이 경기를 하는 날에 맞춰 창성건설 직원들을 워크숍의 일환으로 사비를 들여 초청, 화끈한 응원공세를 주도하기도 했다. 신의현의 사기증진을 위한 결정이었다. 또 선수 가족들이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입장료나 숙소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