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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국 큰 성과”… 정세 변화 속 ‘역할’ 모색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12일 방중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세 번째)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에게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시 주석은 테이블 가운데 앉고, 정 실장은 오른쪽에 앉혀 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실장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는 좌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배치됐었다. 정 실장 왼쪽은 노영민 주중대사, 시 주석 오른쪽부터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AP뉴시스


北 의심 회의적 입장서 변화… 비핵화 위해 中 참여 강조
정부, 특사단 파견 시의적절… 각국 ‘패싱’ 우려 불식하고 협조 이끌어내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방북·방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12일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하루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중국의 외교라인 주요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는 댜오위타이에서 오찬을 했고, 오후 5시에는 시 주석과 면담한 뒤 곧바로 왕이 외교부장과 만찬을 했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를 위한 개헌 문제 등이 걸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일정에도 짬을 냈다. 시 주석은 정 실장을 만나기 직전에도 인민해방군 정협 대표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는 등 ‘면담 강행군’을 이어갔다. 한반도 정세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시 주석도 외교라인의 보고 외에 대화 중재의 실무 책임자인 정 실장의 설명을 직접 듣고 싶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실장 일행이 특사로 북한과 미국을 잇따라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끌어낸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이 양회 기간 정 실장을 만난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시 주석은 ‘의지가 있으면 어떤 일도 성사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초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 제의가 오고갈 때도 북한의 저의를 의심하며 반신반의했었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려는 ‘쇼’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미 대화가 제대로 안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대화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시 주석은 특사단을 만나 “정의용 특사가 북한에 이어 미국을 방문해 북·미 대화를 추진해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한·중 간 긴밀한 공조와 지원을 약속했다. 양 국무위원도 현재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방향과 맞다면서 국제사회 차원의 지지를 당부했다.

중국은 남북·북미 간 직접 대화가 눈앞에 현실화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본격적인 역할 모색에 나서는 분위기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전날 신화통신에 “북한의 비핵화 조건인 체제 안전보장 및 경제적 보상은 중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중국의 역할론을 적극 강조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 특사단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방문해 북핵 외교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서훈 국장원장은 이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면담했다. 고노 외무상은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경주해온 한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현 상황은 동아시아의 기적 직전의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는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짠 뒤 남북·미·중 4자 회담, 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으로 점차 논의의 틀을 넓혀가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체제 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는 중국의 협력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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