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빨간 셔츠의 힘’… “좋았던 옛날로 돌아간 기분”

타이거 우즈가 12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4번홀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12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파71·7340야드). 티오프를 위해 모습을 드러낸 타이거 우즈(43·미국)는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 차림이었다. 마지막 라운드 특유의 옷차림을 확인한 갤러리가 ‘레츠 고 타이거’를 연호했다. “일요일, 빨간 셔츠의 우즈. 돌아가고 싶은 미국의 풍경이었어.” 한 스포츠 저널리즘 교수의 트윗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우즈는 막판까지 파를 거듭하며 선두로 좀체 치고 나가지 못했다. 17번홀에서 그의 공은 홀컵에서 44피트(약 13.5m) 거리에 있었다. 이어 버디 퍼팅. 오른쪽으로 흘러 나가는 듯하던 공이 속도가 줄며 자석에 끌린 듯 홀컵 안으로 떨어졌다. 갤러리의 환호에 우즈도 손을 번쩍 들었다. PGA 측은 “완벽한 속도, 완벽한 방향”이라며 “가장 큰 함성이 터진 순간”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고대하던 우즈의 우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즈는 마지막 18번홀에서는 전홀에서의 마술 같은 버디를 재현하지 못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로 패트릭 리드(미국)와 공동 2위. 우승은 10언더파의 폴 케이시(영국)에게 돌아갔다.

우즈는 경기를 마친 뒤 “점점 날카롭게 변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퍼팅이 여기저기로 향했는데, 어쩌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고 우승을 놓친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스스로 진단한 문제점은 ‘아이언 게임’이었다. 아이언을 고를 때 반 클럽가량 차이가 났고, 정확하기보단 보수적인 그린 어프로치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우즈는 “결국은 버디 퍼팅 때마다 너무 많은 거리를 남겨뒀다”고 자책했다.

스스로의 아쉬움과 달리 우즈의 플레이는 호평을 받았다. 전성기 시절 보여주던 영리한 ‘리커버리 샷’이 눈에 띄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우즈는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나가 공이 숲속에 들어간 뒤에도 나무를 피해 어프로치를 성공, 파를 만들었다. 선수들이 두려워하는 ‘코퍼헤드 코스’에서도 실수가 적었다.

무엇보다도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클럽 스피드와 비거리를 회복했다. 드라이버를 쓰지 않고도 장타를 여럿 만들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시속 129마일(약 208㎞)의 스윙을 기록했다. 최근 우즈의 기록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 올 시즌 PGA 투어에서 최고 스피드였다. “그의 건강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켜보니 스윙이 ‘거칠기’를 되찾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우즈는 허리 수술 이후 본인이 ‘새 자전거를 타듯’ 골프의 느낌들을 다시 배우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브랜트 스니데커(미국)는 우즈를 ‘빈티지(vintage·옛것으로 품위 살리기) 타이거’라 부르며 “그가 돌아왔음을 내가 확인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기대할 수 없었던 샷을 이곳, 우즈에게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즈의 향수에 젖은 모습은 골프팬뿐 아니라 함께 라운딩한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승자 케이시는 경기 도중 “내가 아니라면 타이거가 이겼으면 한다. 우리가 오래도록 봐온 걸 아이들도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의 최악 시절 곁을 지켜 ‘의리의 캐디’로 불리는 조 라카바는 “여러분 모두가 좋았던 옛날로 돌아간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