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⑪ 마마무, 보컬 그룹·아이돌 사이서 새 가능성 찾는다


 
걸그룹 마마무는 실력파 보컬그룹과 개성 강한 아이돌 그룹의 매력을 넘나들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컴백한 마마무는 신곡 ‘별이 빛나는 밤’으로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문별 솔라 휘인 화사. RBW 제공


탁월한 가창력·유쾌한 표정 대중 향해 자신 있게 다가서고
구차한 삶의 단면들을 진솔하게 담아 공감 이끌기도


4인조 여성 그룹 마마무(멤버 솔라 문별 휘인 화사)가 아이돌인지는 잠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마무는 아이돌이 흔히 보이는 특징을 보인다. 소속사 RBW에서 트레이닝을 거쳐 기획됐다. 그룹 고유의 인사법이 따로 있다. 곡마다 뚜렷한 콘셉트가 있다.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해진 안무로 구성된다. MBC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에도 출연했다. 팬들이 멤버를 캐릭터로 받아들이면서 아이돌로 소비한다.

반면 이들은 다른 걸그룹에 비해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노래도 ‘지나치게 잘한다.’ 초기부터 멤버들이 직접 꾸린 작품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의미의 ‘보컬 그룹’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아이돌과 보컬 그룹의 특징을 함께 가진 마마무는 일종의 ‘변종 아이돌’이라고 볼 수 있다. 보컬 그룹이 아이돌의 활동 방식을 참조한 셈이다. 아이돌 산업이 숙성되면서 주변의 힙합 그룹이나 록 밴드 등이 아이돌로 포섭되는 사례 중 하나다.

2014년 데뷔 초 ‘Mr. 애매모호’나 ‘피아노맨(Piano Man)’은 뚜렷한 색채를 지닌 신인 아이돌로 마마무를 각인시켰다. 흔한 아이돌 노래처럼 애정을 고백하는 내용이지만 복고풍 음악으로 그룹의 표정을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꾸몄다. 멤버들의 탁월한 가창력도 효과적으로 선보였다. 이어진 ‘음오아예’, ‘넌 is 뭔들’,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은 확립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대중을 향해 보다 자신 있게 치고 나간 곡들이다. 템포감을 올리고 분위기를 한껏 화려하게 꾸미면서도 재즈풍의 화성 속에 보컬 네 명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지난 7일 발매된 “옐로 플라워(Yellow Flower)” 미니앨범은 훨씬 대중적인 ‘별이 빛나는 밤’과 보다 블루스 기조가 엿보이는 수록곡들을 조합했다.

아이돌에 비춰 이들의 정말 특이한 점은 멤버들의 콘텐츠 참여도다. ‘1㎝의 자존심’이나 ‘아재개그’ 같은 곡들도 화제가 됐다. 마마무의 유쾌한 성격을 잘 담아내는 곡들이다. 대체로 가벼운 말장난과 상황극을 결합해 예능 콘텐츠에 가까운 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곡가 김도훈이 이끄는 소속사인 것을 감안하면 마마무에게 분방하거나 아마추어 이미지를 주기도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런 성향은 다른 그룹에게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태도를 만들어낸다. ‘아재개그’는 젊은 여성이 아저씨들의 말장난에 맞춰주는 내용이지만, 그것이 지긋지긋하다는 제스처도 확실하게 취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은 개성적인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한다. 아저씨들에게도 ‘기특한 아가씨들’로 소비될 수 있는 지상파 드라마 정도의 수위를 유지하기는 한다. 그러나 꼭 거창한 직설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마마무의 소재 선택은 멤버 자신들의 삶 속에서 이끌어냈다는 인상이 유독 강하다. ‘뉴욕(New York)’ ‘덤덤해지네’ ‘구차해’ 같은 곡들이 제목처럼 구차한 삶의 편린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 그중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듯한 이런 태도는 어떤 아이돌에게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다.

새 미니앨범에는 솔라가 작곡한 ‘별 바람 꽃 태양’이 수록돼 있다. 역시 지금 마마무가 아니면 소화할 아티스트가 흔치 않을 웅장한 발라드 ‘칠해줘’에 한쪽 발을 대고 있는 곡이다. 보컬 그룹과 아이돌 사이를 오가는 마마무의 특이한 포지션이 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갈지 지켜보고 싶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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