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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흔적 지우기… 교과서 시·수필 퇴출 가닥





교육부, 성추문 시인 작품 가르치기 부적절하다 판단
검인정협회·각 출판사에 교체 여부 알려달라고 요청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고은 시인의 작품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출판사들도 다른 작품 대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교 문학 검정교과서에 고은 시인의 시 ‘머슴 대길이’ 등을 수록한 출판사 미래엔 관계자는 7일 “집필자들과 논의해 다른 내용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도 “(고은 시인의 작품이 나오는 부분을) 수정하기로 집필자들과 협의가 마무리됐으며 검인정교과서협회에 수정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상교육은 중학교 국어④에 고은의 시 ‘그 꽃’을 수록했으며, 고교 국어에는 작가 윤대녕의 수필 작품에 고은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지학사 등 다른 출판사들도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학사 관계자는 “고은 작품이 등장하는 부분을 쓴 저자가 다른 작품으로 바꿀 필요성을 인정하고 다른 부분을 쓴 저자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사 관계자는 “초반에는 작품의 예술성과 작가의 행동은 구분해서 봐야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지만 미투(#MeToo) 운동이 날로 거세지면서 (고은 작품을) 삭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고은 시인의 성추행·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초반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미투 운동 지지 발언을 한 뒤 “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교육부는 7일까지 검인정교과서협회와 각 출판사들에 고은 시인의 작품을 다른 작품으로 바꿀지 결정해 알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교육부에 따르면 중·고교 국어과 교과서 11종 이상에 고은 시인의 시나 수필이 실려 있으며, 일부 사회과 교과서에도 작가 소개 등이 담겨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검정교과서는 언제든 수정·보완이 가능하게 돼 있어 출판사 측이 요청하면 이를 검토해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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