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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지사가 ‘미안하다, 다 잊어라’ 메시지 보냈다”

안희정 충남지사로부터 8개월간 4차례 성폭행과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안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5일 JTBC 방송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안 지사에 의한)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 그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며 추가 피해자가 있음을 시사했다. JTBC 화면 캡처


“스위스에서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강압에 의한 성관계 주장
“벗어날 수 없겠다 싶어 폭로” 성폭행 혐의 곧 고소할 방침


안희정 충남지사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김지은씨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와의 성관계가 강압적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지사 측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김씨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근무하다 지난해 안 지사의 대선 경선캠프에 홍보기획 담당으로 합류했다고 한다. 대선 이후 안 지사 지시에 따라 수행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안 지사의 성폭행은 지난해 7월과 9월 스위스 러시아 출장 당시 벌어졌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씨는 안 지사의 해외출장도 수행했다. 김씨는 성폭행은 모두 4차례, 성추행은 수시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아니라고, 모르겠다’고 그랬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부) 표현을 했다. 그때 머뭇거리고 어렵다고 했던 것은 저한테는 최대한의 방어고 거절이었다”며 “지사님은 그것을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와 텔레그램 메신저의 ‘비밀 대화’ 기능으로 메시지도 주고받았다고 했다. ‘비밀 대화’ 기능을 사용하면 대화 기록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사라지게 된다. 김씨는 “늘 지사님이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저한테 ‘미안하다, 괘념치 말아라, 내가 부족했다, 다 잊어라’ 같은 메시지를 비밀 텔레그램으로 보냈다”고 털어놨다.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에서의 풍경만 기억해라’는 메시지까지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저한테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그렇게 다 도려내고 지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안 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며 “지사님은 제 상사이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이다. 저랑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런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안 지사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안 지사가 ‘너를 가져서 미안하다. 상처 줘서 미안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늘 말했다”면서 “(합의가 아니라는 것을) 안 지사가 더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폭로를 결심한 배경도 밝혔다. 김씨는 “안 지사가 (지난달 25일) ‘미투’를 언급하며 사과한 상태에서 또다시 그랬다”면서 “저는 ‘안 지사한테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 미투를 언급했다는 것은 미투에 대해서 얘기하지 말라는 ‘무언의 지시’로 알아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변호인단을 꾸려 안 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김씨는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이 충분히 두렵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안 지사”라며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김씨의 폭로 전까지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충남도 행사에 참석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모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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