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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증언 봇물… 남성들도 변화 목소리 동참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Me Too #With You’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이병주 기자


성평등 상징하는 보라색, ‘미투’ 지지하는 검정색 행사 드레스코드로 결정
文 대통령 “성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일상에서 각종 성폭력을 겪어온 여성들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증언의 마이크를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투(#MeToo) 운동에 나선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성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4일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성평등을 상징하는 보라색과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인 검정색이 이번 행사의 드레스코드였다. 광장에는 미투나 위드유(#WithYou)라고 적힌 검은색 피켓이 가득했다. 보라색 우비나 모자를 쓰고 나와 성평등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무대에는 성차별·성폭력 피해경험을 꺼내놓을 수 있는 발언대가 마련됐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A양(18)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내 몸을 함부로 만지고 무릎 위에 앉혔다”며 “주위 교사나 외부 상담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설마’ 하는 반응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발언을 마친 뒤에는 아픈 기억을 회상하느라 힘들었는지 눈물을 보였다.

B씨는 “전 남자친구가 내 이름으로 된 SNS 계정을 만든 뒤 내 얼굴과 다른 여자의 나체사진을 합성해 올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계속된 스토킹과 사이버성폭력을 고소하려 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까봐 가해자 정보를 올리거나 해명을 할 수도 없었다”고 울먹였다.

연대와 지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은 “나의 동료가, 우리의 딸들이, 교수를 스승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성폭력을) 방조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외쳤다. 국제 여성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대만의 한 여성인권활동가는 “세계에서 한국의 미투 운동을 주목하고 있다”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남성들도 동참했다. 호주에서 온 닉 포스터(22)씨는 “이렇게 넓은 광장에 모여 행사를 한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도 참석했던 김정현(20)씨는 “미투 운동 덕분에 참여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성별과 관계없이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윤민정(33) 박도현(35)씨 부부도 광장을 찾았다. 아내 배씨는 “결혼 후 남편의 남동생은 도련님,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이라 불리는 등 가족 내 호칭의 불평등함을 고민하게 됐다”며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박씨는 “현재의 위계적 호칭은 바꿔야 한다. 아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회 축사를 통해 “2차 피해와 불이익, 보복이 두려워 긴 시간 가슴속에만 담아뒀던 얘기를 꺼낸 피해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하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임주언 문동성 기자 eo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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