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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인사’ 흔적 지우기… 서울도서관, 고은 ‘만인의 방’ 뺀다

서울도서관 3층에 설치된 고은 시인 기념공간 ‘만인의 방’에 28일 가림막이 쳐졌다. 벽면을 가득 채웠던 전시물도 일제히 가려졌고, 전시장 주변에는 접근금지선이 설치됐다.


수원시 ‘고은 문학관’ 안 열기로
순천시 배병우 스튜디오 폐쇄
울주군 박재동 거취 놓고 고민
조재현, DMZ영화제 위원장 사퇴


옛 서울시청사인 서울도서관에 마련된 고은(84) 시인 전시관이 누런 가림막으로 둘러싸였다. 입구엔 파란색 접근금지선이 설치됐다. 벽면을 가득 채웠던 휘황찬란한 찬사들도 모두 천으로 가려졌다.

서울시는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고 시인의 전시관 철거를 결정하고, 시민 접근을 막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고 시인의 전시관은 지난해 11월 ‘만인의 방’이란 이름으로 서울도서관 3층에 문을 열었다. 25년에 걸쳐 연작시 ‘만인보’를 쓰던 경기도 안성시 서재를 재현해놓은 공간으로 집필 시 사용했던 책상과 서가, 육필원고, 조사 자료, 메모지, 안경, 모자 등을 시인으로부터 기증받아 전시했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3억원을 들여 ‘만인의 방’을 조성했으며 서울도서관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여성문인들을 중심으로 고 시인의 성추행 고발이 이어지고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급히 철거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만인의 방’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이 될 것”이라며 “다른 전시공간으로 꾸미는 방안과 해당 공간을 아예 철거하는 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가 추진했던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도 이날 철회됐다. 그동안 고은문학관 건립을 위해 협의를 진행해온 수원시와 고은재단은 국민 여론을 반영해 철회 결정을 내렸다. 앞서 고 시인은 수원시가 장교구 상광교동에 마련해준 거처에서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문화예술계 거장들의 흔적 지우기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연고가 있는 예술계 명사들을 경쟁적으로 모셔와 그들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문화 시설들과 사업들도 위기에 처했다.

전남 순천시는 순천 출신 유명 사진가 배병우씨의 이름을 따 2016년 건립한 ‘배병우 창작 스튜디오’를 최근 폐쇄했다. 배씨는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고 지목됐다.

울산 울주군은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시사만화가 박재동씨의 거취를 두고 고민 중이다. 울주군 출신의 박 화백은 2015년부터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기도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영화배우 조재현씨를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사퇴시켰다.

김남중 기자, 수원=강희청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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