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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회식에도 ‘파격 카드’… 김정은 속내는?

사진=AP뉴시스


여동생 김여정과 달리 현안 논의 가능한 김영철 파견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 따른 구체적 후속조치 타진할 듯

남북관계-북·미관계 비롯 비핵화 협상 등 논의 전망


북한이 2주 만에 다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남북 접촉이 속도전에 돌입했다. 대표단장인 김영철(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한 정보기관의 수장인 만큼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가능한 인물이다.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북핵 문제의 출구전략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북한 대표단이 방남하면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화해를 위한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해 북한 대표단을 적극 설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도 시종일관 북·미 대화를 강조한 만큼 이번에도 그 메시지는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철을 중심으로 한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김여정 방한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김여정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김영철은 북한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한 인물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 김여정 방남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의사를 확인한 만큼 후속 조치를 위한 파견 성격이 강하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25일 방남한 뒤 이틀간 더 머무르는 것도 본격적인 남북 현안 논의를 위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에 대한 여러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폐회식 대표단인 만큼 공식 협상 틀로 보긴 어렵지만 비공식적 접촉들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선 의제는 남북 간 현안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합의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문제, 대북 특사 파견, 남북 정상회담 사전 논의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북한 대표단 수행단에는 대남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인물이 대거 포진했다. 정부와의 포괄적인 현안 협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현은 통일전선부 참사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측 조문단 일원으로 방남했다. 2007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할 때도 배석했다. 여성 대남일꾼인 김성혜는 지난번 고위급 대표단 방남 때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이라는 직책으로 내려와 김여정을 밀착 수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대표단 면담을 통해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는 놔둔 채 남북 관계만 개선하자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두 번째 고위급 대표단과의 논의가 진전될 경우 우리 대북 특사도 곧바로 파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대표단이 2주 간격으로 내려오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상설화, 정례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은 지난달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고위급 접촉을 갖게 된다.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비롯해 올 상반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각급 채널의 동시다발적 접촉이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최고위급(김여정)에서 채널들이 열렸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고위급 채널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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