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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폭언·굴욕·조롱… 간호사 10명중 4명 ‘태움’ 겪었다



간호협회, 7275명 설문조사

직속상관이 30%로 가장 많아
동료간호사 27%·부서장 13%

인권침해 당한 간호사 69.5%
협회 “향후 구제절차 진행”


“점심시간이 20분도 안 돼요. 그나마도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으면 ‘(여기가) 장터냐. 빨리 먹고 일하러 가라’고 해요.”

A간호사가 대한간호협회에 하소연한 내용이다. 대한간호협회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간호사 10명 중 4명(40.9%)이 지난 1년간 고함이나 폭언, 굴욕적 언사나 조롱을 당하는 등 ‘태움’(선배간호사의 괴롭힘)을 겪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한 달여간 간호사 727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가해자는 직속상관인 간호사가 30.2%로 가장 많았고 동료간호사가 27.1%, 간호부서장 13.3%, 의사 8.3%로 간호사끼리 괴롭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괴롭힘의 유형도 다양했다. ‘고함이나 폭언’이 1866건으로 가장 많았고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 유포’가 1399건, ‘일과 관련해 굴욕을 주거나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경우’가 1324건이었다.

괴롭힘 외에 병원 내에서 성희롱·성폭행 등을 당한 간호사도 18.9%로 조사됐다. 가해자는 절반 이상(59.1%)이 환자였고 21.9%는 의사, 5.9%는 환자의 보호자였다.

근로기준법상 인권침해를 당한 간호사는 전체의 69.5%(5056명)였다. 원하지 않는 근로 강요(2477건), 연장근로 강요(2582건), 연장근로에 따른 시간외근로수당 미지급(2037건), 합당한 이유 없이 연차 사용 제한(1995건) 등이 많았다. 육아휴직을 신청하거나 복귀했을 때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648건, 임산부의 동의 없이 연장·야간근로를 시킨 경우도 635건으로 집계됐다.

대한간호협회는 “노동관계법 위반가능성이 있는 내용과 직장 내 괴롭힘 내용 등 113건을 지난 13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며 “향후 구제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간호사인권센터를 만들어 민원 조사·구제 업무, 간호계 인권의식 향상 교육, 간호사 조직문화 개선안 등 연구사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센터 개소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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