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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첫 골 쐈으나...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일본에 1-4 패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북측 선수 최은경(앞줄 왼쪽)이 지난달 29일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단일팀 관계자들 사이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북측 응원단 여성이 14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단일팀이 득점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단일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을 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2피리어드 9분31초. 터질 듯 터질 듯하던 ‘팀 코리아’의 역사적인 첫 골이 마침내 나왔다. 랜디 희수 그리핀이 감각적인 슛으로 일본의 골문을 활짝 열자 단일팀을 응원하던 관중과 북한 응원단의 함성이 경기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세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단일팀은 14일(한국시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1대 4로 패했지만 아시아 최강 일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 25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이 합류하며 급조된 단일팀은 1차전(스위스전 0대 8 패)과 2차전(스웨덴전 0대 8 패)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과의 3차전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단일팀의 첫 골을 넣은 그리핀은 경기 후 “일본과의 경기가 다른 경기보다 남북 선수가 하나로 뭉치게 해준 경기였다. 한 골이라도 넣어서 만족스럽다. 첫 골이 된 퍽을 동료 박윤정이 챙겨주더라”며 활짝 웃었다.

단일팀의 주축을 이루는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기는 6년 만이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 넘볼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 한국은 이 경기 전까지 일본과 7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다. 106골을 내주는 동안 1골밖에 넣지 못했다.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처음 만나 0대 25로 대패했다.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선 0대 29로 무참히 무너졌다. 그 뒤 점수 차이를 차츰 좁혀나간 한국은 2012년 아시아 챌린지컵(1대 6 패)에서야 첫 골을 기록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20여일 동안 함께 빙판을 누비며 구슬땀을 흘렸다. 예선을 통과하는 기적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단일팀 결성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이후 27년 만에 단일팀을 만들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에서 3경기를 치르며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단일팀은 성적과 상관없이 경기가 열릴 때마다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10일 열린 1차전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이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은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다만 무리한 단일팀 추진에 따른 여론 분열과 조직력 약화는 짚고 넘어갈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단일팀 구성은 젊은층이 중요시하는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회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북한 선수단이 합류하면서 한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특히 실업팀은커녕 등록 선수로 구성된 초·중·고·대학 팀도 없는 열악한 여건에서 열정 하나로 스틱을 놓지 않았던 한국 선수들의 사연이 알려지자 논란은 더 커졌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제2의 단일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송동환 KBS 해설위원은 “제2의 단일팀을 만든다고 하면 (지금처럼 졸속이 아닌) 적어도 대회에 출전하기 1년 전부터 합동훈련을 해야 한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으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릉=김태현 기자taehyu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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