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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성들 외침… “양성평등을 허하라”

노르웨이의 여자 스키점프 선수 마렌 룬드비(23)가 11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스키점프는 노멀힐 라지힐 팀경기 3개 세부종목으로 구성됐지만 여성들은 노멀힐 경기에만 참여한다. AP뉴시스


체력 소모 많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여러 종목에 금녀의 벽

스키점프, 노멀힐 출전만 허용
빙속은 5000m까지만 참가시켜

“체육, 모든 인류에게 동일해야
남성들이 만든 상황 타개 필요”


남자 스키점프 세계랭킹 1위 카밀 스토흐(31·폴란드)는 10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경기에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스키점프 세부종목은 노멀힐과 라지힐, 팀경기 총 3개로 나뉜다. 그에게는 연속 금메달 기록을 이어나갈 기회가 남아 있다. 그러나 스토흐가 여성이었다면 그의 점프는 거기까지다. 여성은 노멀힐 경기에만 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에는 빠르고 스릴 넘치는 종목이 많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고 체력 소모가 심하다는 이유로 많은 종목에서 ‘금녀의 벽’이 설치됐다. 첫 대회 이후 94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동일한 기회를 위해 싸우고 있다.

제1회 동계올림픽인 1924년 샤모니 대회에서 여자와 남자가 모두 출전할 수 있었던 종목은 힘이나 스피드보다는 예술성이 중시되는 피겨스케이팅뿐이었다. 이후 여성들은 힘겹게 자신들의 기회를 열어나갔다. 스피드스케이팅은 1960년 스쿼밸리 대회부터 여성들의 참가가 가능했다. 동계올림픽의 대표적인 인기종목 아이스하키는 불과 20년 전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야 여성들에게 개방됐다.

동계올림픽에서 여성이 참여할 수 없는 경기는 스키점프뿐만이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자는 1만m 경기까지 참가 가능하지만 여자는 5000m 경기로 한정됐다. 대신 여성들은 남자들은 참가하지 않는 3000m 경기에 뛴다. ‘하계올림픽의 꽃’ 마라톤에서 여자도 풀코스를 완주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함께 치르는 노르딕 복합은 아예 참여가 불가하다. 스키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종목으로 꼽히는 이 종목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부터 여성들에게 문이 열린다.

전 미국 스키점프 선수 린지 밴(34)은 12일(한국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라지힐과 팀경기가 아닌 노멀힐에만 참여하게 하는 것은 마치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꼴”이라며 “아직도 동계올림픽은 구식 남자들의 세계”라고 비판했다. 미국 최초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여성 부위원장 애니타 디프란츠(66)는 “스포츠는 모든 인류에게 동일해야 한다”며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여성이 배제될 이유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디프란츠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모두 남성들”이라며 “이제는 여성들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외쳐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평창올림픽 대회에서 여성들에게 할당된 금메달 수는 남성들보다 6개 적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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