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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없으면 어때? 내가 주인공인데… 민유라·겜린 ‘스타덤’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혼성 국가대표 민유라(왼쪽)·알렉산더 겜린은 오는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 댄스에 진출할 경우 한복을 입고 출전한다. 민유라 인스타그램
 
겜린이 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연한 각오를 밝히며 올린 사진. 겜린 트위터


두 사람에게 한국은 제2 조국
낯선 시선에 위축되지 않고
끼·흥 발산하며 분위기 띄워

19일 아이스댄싱 쇼트 출전


올림픽에서 가장 빛나는 곳은 시상대다. 세계 최고를 향한 4년의 땀과 눈물은 시상대에 섰을 때 비로소 반짝이는 빛이 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상대는 모두 102번 자리를 편다. 출전 선수 2920명은 306개의 메달을 놓고 뜨겁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국가대표 민유라(23)와 알렉산더 겜린(25)도 예외는 아니다. 여느 선수처럼 화려한 시상식을 꿈꾸며 구슬땀을 쏟았다. 하지만 시상대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들은 강원도 평창, 강릉 곳곳을 누비며 지구촌 최대 겨울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두 사람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민유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2세다. 한국 국가대표 자격을 얻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의 겜린은 지난해 7월 법무부의 특별허가를 받아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들에게 한국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는 ‘제2의 조국’이다.

그래도 낯선 시선에 위축되지 않는다. 민유라와 겜린은 넘치는 끼와 흥을 발산하며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다. 한국 선수단이 강릉선수촌 입촌식을 갖던 지난 7일 서먹서먹한 공기를 깬 주인공도 민유라였다. 사물놀이패와 비보이들이 흥겨운 공연을 펼치는데도 선수들이 머뭇거리자 민유라는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신나게 춤을 췄다. 겜린도 거들었다.

민유라-겜린 조는 올림픽 메달권 후보는 아니다. 한국은 ‘피겨 여왕’ 김연아의 등장으로 일약 피겨스케이팅 강국이 됐지만, 아이스댄싱에서는 여전히 변방이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싱 도전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출전했던 양태화-이천군 조가 유일했었다. 민유라-겜린 조의 출전은 한국 아이스댄싱 사상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자 16년 만의 일이다.

민유라와 겜린은 지난 1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팀이벤트(단체전)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쇼트 댄스에서 51.97점을 얻어 출전 10개팀 가운데 9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이튿날 세계 언론이 주목한 것은 팀이벤트 금메달을 따낸 캐나다의 아이스댄싱팀(테사 버츄(29)-스콧 모이어(31) 조)이 아니었다. 경기 도중 상의 끈이 끊어지는 아찔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연기를 끝낸 민유라-겜린 조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해외 언론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특집 사이트는 12일 평창 특집페이지에 민유라와 겜린을 주요 기사로 소개했다. 이들은 오는 19일 개인전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쇼트 댄스에 출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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