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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메신저 외교’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중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제1부부장,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운전대 잡았는데… 북·미관계·비핵화 걸림돌 넘나

한·미연합훈련 - 北 핵동결
교환카드로 사용될 지 주목

특사카드 활용 北 설득할 수도
임종석·서훈·문정인 거론돼

정부 노력에도 진전 없을 땐
文 직접 방북 활로 찾을 수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과 북한의 핵·미사일로 국가 안보를 위협받는 미국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신저 외교’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와 북한의 핵동결·감축이 교환 카드로 사용될지도 주목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특사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최측근을 북한에 보내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단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대북 특사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북·미 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는 아니지만 성과가 없는 회담은 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도 얘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지난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게 하려면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끌어낼 수 있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협의해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과 유엔, 관련 당사국과 많은 물밑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 본격적인 메신저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북한으로 이어지는 3각 채널을 통해 북·미 간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찾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메시지를 우리만큼 잘 아는 국가는 없다”며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우리가 메신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간에 직접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운데서 조정자 역할을 해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동결·감축을 연동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가 회복된다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지속하되 미국의 전략자산을 동원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해 남북대화 무드를 살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연합 군사훈련 재연기나 축소도 카드가 될 수 있다. 대신 북한은 핵 개발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게 만들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부가 이 카드를 쓰려면 평창올림픽 폐막 전 미국에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방북해 활로를 찾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북·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방북할 수도 있다”며 “분명한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옵션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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