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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맥주잔 대신 덤벨 든 밀레니얼 세대… ‘아령 경제’ 떴다



영미권 ‘덤벨 이코노미’ 황금시대

젊은층, 건강 위해 지갑 열면서
英 헬스장 회원 1000만명 넘어
운동센터가 펍 대신 사교장 부상
美 헬스시장 56조원 규모로 성장

“헬스(건강)는 새로운 웰스(부유함)다.”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고급 피트니스센터 체인 ‘에퀴녹스’를 운영하는 하비 스페박이 한 말이다.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게 요즘 부유한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뜻도 있고, 헬스 관련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은 ‘덤벨 이코노미(아령 경제)’가 뜨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제 피트니스센터와 규모는 작지만 차별화된 개인별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부티크 짐’이 영·미 대도시에서 번성하고 있다. 운동시설뿐 아니라 운동화, 레깅스, 운동용품, 운동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 부대산업도 호황이다.

영국 소비자 습성을 30년 넘게 조사해온 레저DB 설립자 데이비드 민턴은 “피트니스산업이 향후 2년간 황금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내 피트니스센터 회원 수가 곧 1000만명을 넘어 시장가치가 50억 파운드(7조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FT에 따르면 유명인사 사진을 찍으려는 파파라치들이 예전에는 고급 호텔 바 주변을 얼쩡거렸으나 요새는 줌바(콜롬비아 댄서가 개발한 최신 유행 피트니스 프로그램)나 발레를 배우고 나오는 스타들을 노린다.

미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이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는 데 190억 달러(20조7300억원), 운동장비와 용품을 사는 데 330억 달러(36조원)를 썼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의 36%가 피트니스센터에 돈을 쓴다고 답했는데, 이는 이들보다 나이 많은 세대보다 배가 많은 수치다.

나이 든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고 운동에 몰두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여가 문화는 덤벨 이코노미의 중요한 동력이다. 영국에선 젊은층의 음주가 줄어든 영향으로 펍(술집)이 매년 1000개꼴로 사라지고 있다.

반면 늘어나는 피트니스센터는 젊은층의 새로운 모임 장소,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 펍을 짐(피트니스센터)이 대체하는 셈이다. 스페박은 “요즘 소비자는 건강한 생활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에게 ‘자기 관리’가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이자 도락이 됐다는 얘기다. 스페박이 최근 런던 피카딜리에 문을 연 에퀴녹스 클럽은 가입비가 500파운드(75만원)에 월 회비가 350파운드(53만원)다. 최신 유행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의 멋쟁이와 말쑥한 회사원 등 35세 이하 젊은 고객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무슨 운동을 어디서 하는지, 누구와 하는지, 어떤 옷을 입고 하는지도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SNS에 넘쳐나는 댄스나 요가 동영상, 운동 후 단백질 스무디를 마시는 모습 등은 보는 이들에게 따라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가수 빅토리아 베컴이나 비욘세 같은 슈퍼스타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비슷한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하면서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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