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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는 없다… 일어서는 한국 청년들

1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최민정이 넘어진 이유빈(왼쪽)과 손을 마주쳐 주자를 교대하고 있다. 한국은 주자가 넘어졌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반 바퀴 벌어진 간격을 모두 좁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강릉=윤성호 기자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한 임효준이 다음 날인 11일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시상대 위에 올라 목에 건 금메달을 깨물고 있는 모습. 좀 더 많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소치올림픽 때부터 시상식을 경기 다음 날에 연다. 평창=윤성호 기자


女 쇼트트랙 계주팀, 넘어지고도 결승행

3000m 4바퀴 째 이유빈 넘어져
늦게 터치한 최민정 전력 질주
심석희 8바퀴 남기고 선두 추월
올림픽 신기록 작성… 기적 연출


男 쇼트트랙 임효준, 7번 수술 끝 금메달

끝없는 부상 시달린 임효준
예상 깨고 1500m 한국 첫 金
소치 때 ‘男 노메달’ 수모 씻어
文 대통령, 축전 보내 격려


‘막내’ 이유빈(17)이 넘어졌다. 모두 27바퀴를 도는 3000m 경기에서 겨우 4바퀴를 지났을 때였다. 다음 주자 최민정(20)을 앞으로 밀면서 주자 교체를 해야 하는데 바로 앞에서 균형을 잃었다. 이미 출발한 최민정은 급하게 방향을 틀어 이유빈이 넘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어떻게든 주자 간 접촉이 있어야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남은 거리는 약 2500m. 캐나다 헝가리는 물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단(OAR)은 한국을 반 바퀴 넘게 앞질렀다.

‘기적의 드라마’는 이때 시작됐다. 이유빈은 왼손으로 빙판을 짚으며 몸을 일으켜 오른손을 공중으로 내밀었다. 최민정은 침착하게 이유빈의 손을 터치했다. 그리고 내달렸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듯 앞만 보고 질주했다. 한참을 뒤처져 경쟁자들과 부딪힐 일도 없었다.

선두에 선 캐나다는 계속 속도를 높였다.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의 추격 의지를 아예 꺾어버릴 속셈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은 레이스 절반을 넘긴 14바퀴 지점에서 경쟁자들 꽁무니를 바짝 따라붙었다. 다급해진 건 되레 그들이었다.

최민정은 11바퀴를 남기고 3위 헝가리를 추월했다. 급기야 심석희(21)는 8바퀴를 남겼을 때 1위로 달리던 캐나다를 앞질렀다. 그 뒤로 한국은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은 4분06초387. 올림픽기록이었다. 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중국(4분05초315)이 이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펼친 역전극이었다.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10일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은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진면목을 잘 보여줬다. 주자가 넘어지는 불가항력의 변수에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끝내 경쟁자를 추월해 1위 자리를 되찾는 집념은 감동의 명승부를 완성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강세를 보이면서 ‘848 프로젝트’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따내 종합 순위 4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서 5개 이상 금메달이 나와야 한다. 여자 3000m 계주 결승은 오는 20일 열린다.

남자 쇼트트랙은 2014 소치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극복하고 8년 만에 ‘골드러시’에 돌입했다. 임효준(22)은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0초485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의 평창올림픽 ‘1호 금메달’이다.

잦은 부상에 시달린 데다 대표팀 합류도 늦었던 임효준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임효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중학생이 되자마자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1년6개월 동안 링크에 서지 못했다. 기량이 만개할 고등학생 때까지 부상은 늘 따라다녔다. 크고 작은 수술을 7차례나 받았다. 발목에 손목, 정강이, 허리까지 골절상을 입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2016년 10위에 불과했던 국가대표 선발전 성적은 지난해 1위로 바뀌었다. 어렵게 합류한 올림픽에서 그는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먼저 ‘금빛 시상대’에 올랐다. 임효준은 “그토록 꿈꿨던 올림픽 무대에 설 때까지 부상이 많았다.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뚜렷한 목표를 갖고 이겨낼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다 같이 딴 메달이다’는 소감이 참 인상적이다. 나머지 경기에서도 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강릉=박구인기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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