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우리는 하나다” 카랑카랑… 일사불란한 율동

북한 응원단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전 코리아-스위스 경기에서 독특한 안무를 선보이며 응원하고 있다.강릉=김지훈 기자


165㎝ 정도의 20대 초반
南 여성들과 크게 안 달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실점 때마다 “힘내라” 연호

美 기자 “기계 같은 모습
저런 응원은 본 적이 없다”


“우리는 하나다!” 카랑카랑한 구호는 경기장 가득 메아리쳤다. 율동은 일사불란했다. 간드러진 노래는 흥겨웠다. 관중은 북한 응원단의 흥겨운 ‘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파견된 ‘신세대’ 북한 응원단은 선배들보다 한층 세련돼 보였다.

북한이 남측으로 응원단을 처음 보낸 것은 2002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때였다. 당시 짙은 화장을 하고 흰색 나이키 모자를 쓰고 응원에 나선 이들은 한국의 1990년대 중반 스타일과 유사했다. 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온 응원단 역시 수수한 모습이었다.

반면 지난 7일 13년 만에 남측 땅을 밟은 북한 응원단원들은 남측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북에서 엄선된 인물들이지만 평균 165㎝ 정도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20대 초반 여성 응원단은 화장도 우리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현대적 감각이 뛰어났다. 기자들의 질문에 재치 있게 받아치는 센스도 겸비했다.

100여명의 응원단은 지난 10일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첫날 남자 1500m와 여자 500m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찾아 1시간가량 남북 선수들을 응원했다. 모자가 달린 붉은색 점퍼와 바지 차림을 한 북한 응원단은 남자 1500m 예선 3조 예선에서 북한의 최은성이 빙판 위에 나타나자 일제히 일어나 인공기를 흔들며 “최은성, 힘내라”를 연호했다. 한국 선수를 응원할 땐 한반도기를 꺼내 흔들었다.

북한 응원단은 여자 500m 예선 경기가 끝나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예선 첫 경기가 열리는 관동하키센터로 떠났다. 이들은 숙소인 인제 스피디움에서 출발한 나머지 100여명과 관동하키센터에서 합류했다. 여러 곳에 무리 지어 앉은 이들은 경기 전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경기가 시작되자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우리는 하나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파도타기 응원도 펼쳐 보였다. 단일팀이 골을 허용할 때마다 “힘내라”고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단일팀이 0대 8로 대패했지만 응원단은 한동안 관중석을 떠나지 않고 ‘나의 살던 고향은’ 등을 불렀다.

이날 경기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관중석에서 단일팀을 응원했다. 응원단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1일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 앞에서 응원을 하게 돼 몹시 긴장한 모습이었다”며 “응원단 리더가 단원들에게 ‘실수하지 말라우’ 하고 수시로 독려하더라. 일정이 힘들었는지 몇몇은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입고 온 옷은 중저가 제품으로 보였다. 신발도 그리 좋은 제품은 아닌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외국인에게 응원단은 어떻게 비쳤을까. 경기장을 찾은 미국 ‘보스턴 글로브’의 존 파워스 기자는 “미국 치어리더와는 많이 다르다”며 “일사불란한 모습은 마치 기계 같다. 취재를 위해 전 세계를 누볐지만 어디에서도 저런 응원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장 밖에서도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관동하키센터에서 3㎞ 떨어진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선 남북공동응원단과 시민 1000여명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평창, 평화’ ‘조국 통일’을 연호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강릉=김태현 서승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