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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인의를 찾아서-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 국내 대동맥 수술 30% 점유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 대동맥 치료팀이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쪽부터 심장혈관외과 허운,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이광훈, 심장혈관외과 송석원,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주승문, 마취통증의학과 남상범 교수. 최현규 기자


하이브리드 대동맥 수술실은 대동맥질환 치료에 필요한 외과적 수술과 혈관촬영 유도 비(非)수술 인터벤션(중재시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수술과 시술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이 모두 구비돼 있기 마련이다.

대동맥질환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대동맥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한다. 대동맥박리, 대동맥류, 대동맥협착 등이 대표적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가장 큰 동맥으로 우리 몸 전체에 피를 공급해야 하는 혈관이다.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심장에서 나와 가슴부위의 흉부대동맥을 지나 복부로 내려오며, 이를 합쳐 흉·복부대동맥이라고 한다.

대동맥박리가 일어나면 찢어지는 듯 극심한 흉통을 느낀다. 혈관내벽과 중벽이 갈라지고 벌어지면서 발생하는 통증이다. 흉통은 박리가 진행됨에 따라 전(前)흉부, 등, 허리 쪽으로 이동한다. 급기야 박리가 심장동맥 뇌동맥 내장동맥 등에 각각 침범, 혈액순환을 방해하며 대동맥파열까지 유발하면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주로 흉·복부대동맥에서 발견되는 대동맥류는 혈관의 일부가 풍선 또는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주 증상은 복통과 복부 종괴(혹 덩어리)다. 하지만 70∼80%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의 하나로 복부초음파검사를 받을 때 우연히 발견될 만큼 특이 증상이 없다.

정상 대동맥은 직경이 대개 2㎝ 정도지만 흉·복부대동맥류로 변하면 풍선처럼 불어나 직경이 5㎝이상으로 커진다. 그 바람에 혈관내벽도 약화돼 터질 위험이 높아진다. 이 혈관이 파열되면 대량 출혈로 이어져 80% 이상이 사망한다.

흉·복부대동맥류의 또 다른 문제점은 색전증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작은 핏덩이들이 동맥류 안에 쌓이거나 다른 곳의 작은 혈관을 막게 되면서 여러 장애를 일으킨다. 심한 통증과 함께 하지 동맥이 막히고, 심지어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다리까지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동맥협착은 동맥경화에 의해 혈관 내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혈관내강이 좁아져 다리 쪽으로의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주된 증상도 하지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파행(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서 쉬기를 반복하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약물요법·수술 및 중재시술 치료

대동맥질환 치료법은 크게 3가지다. 약물요법과 수술 및 중재시술(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이다. 하지만 대부분 파열 위험이 높은 위급상황인지라 응급 수술 또는 중재시술로 치료를 한다.

특히 대동맥 박리가 상행대동맥 쪽으로 나타났을 때는 응급 수술이 제1원칙이다. 방치 시 한 달 생존율이 10%도 안 된다. 물론 응급 수술 중에도 사망하기 일쑤이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 시술은 전신마취 하에 대퇴부 동맥을 통해 작은 도관(카테터)을 삽입해 혈관촬영 검사를 시행하고, 그 구멍을 통해 스텐트 그라프트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통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는 국내에서 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다. 연평균 300여건의 대동맥 수술이 이뤄진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대동맥 수술의 25∼30%에 해당되는 실적이다.

모두 심장혈관외과 송석원(46) 교수팀과 영상의학과 인터벤션(중재시술) 이광훈(50) 교수팀, 마취통증의학과 남상범(56) 교수팀의 합작품이다.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춰 돌아가는 명품시계처럼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팀워크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의 최대 강점은 ‘래피드(Rapid)’ 신속치료 시스템이다. 대동맥질환의 발병은 응급 정도가 아니라 ‘초응급’ 상황이다.

환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고 있을 때면 먼저 수술을 해야 할 송 교수에게 손전화(일명 대동맥폰)로 연락이 간다. 이어 환자등록번호가 만들어지고 이 교수와 남 교수를 포함해 대동맥 치료 의료진 전원에게 ‘긴급출동’ 문자메시지가 일제히 발송된다.

동시에 환자를 살려낼 모든 방법도 실시간 강구된다. 앰뷸런스에서 전송해온 환자관련 동영상을 공유하며 어떤 방식으로 그를 치료해야 할지 협의해 도착 즉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 결과 위기의 대동맥 환자들이 더 많이 살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24시간 응급수술 시스템 가동 중

상행대동맥 박리가 발생하면 한 시간 간격으로 사망률이 1%씩 치솟는다. 대동맥 파열의 경우 사망률이 무려 95%다. 대동맥파열 환자들은 병원 문턱도 못 밟아보고 죽는 경우가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는 이렇듯 절체절명의 응급환자가 많은 대동맥질환의 특성을 감안, 24시간 응급수술 체제를 가동 중이다. 송 교수와 이 교수, 남 교수 3인은 언제든 불려나와 수술을 해야 하는 처지라 어쩌다 갖는 회식 자리에서도 과음하는 법이 없다.

대동맥질환 중에는 반드시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게 있다. 이때는 송 교수가 직접 집도하고, 이 교수는 개흉수술 대신 대동맥 안에 스텐트 그라프트 등 인조혈관 매설 치료가 필요할 때 나선다. 남 교수는 수술 또는 시술 전, 묵묵히 이들의 처치가 깔끔하게 진행되도록 최고의 마취의술을 통해 지원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는 국내에서 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201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메드트로닉사 지정 ‘하이브리드 대동맥수술 교육센터’(TCCE)로 발전했다.

나아가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 의료기기 회사 쿡메디컬의 ‘대동맥 인터벤션 트레이닝 센터(VISTA)’, 2017년에는 또 다른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 코디스의 ‘대동맥 트레이닝센터’(G-CARE)로 각각 지정돼 남다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대동맥혈관센터는 이 외에도 매년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빙, ‘하이브리드 대동맥 생중계 심포지엄’도 개최하고 있다. 대동맥질환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와 지식을 공유하고 보급하기 위해서다.

송석원·이광훈·남상범 교수팀은 앞으로 이 센터를 ‘대동맥전문병원’으로 발전시키는 게 꿈이다. 그래서 지금 셋이 하는 일을 5년 후엔 10명, 15명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굳히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나라 대동맥질환자들의 생존율 향상, 즉 여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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