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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출전했지만… 북극곰, 존재감 ‘뿜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가 11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81.06점을 획득,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세계 기록 80.85점을 경신했다. AP뉴시스


한국대표팀 잇단 제압 등 다양한 종목서 뛰어난 실력 과시

피겨 여왕 노리는 메드베데바
팀이벤트 女 싱글 쇼트서 세계新

컬링 믹스더블 예선전 한국 꺾어
男 아이스하키 평가전서도 위력

일부선 부정적 이슈로 주목 받아


자국 국기를 운동복에 달지도 못하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신스틸러(주연 이상으로 주목 받는 조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도핑 파문으로 러시아의 국가 차원 출전은 금지됐지만,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들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출전금지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 해킹 의혹 등 부정적인 이슈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차세대 피겨 여왕’의 자리를 노리는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는 11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81.06점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세계 기록 80.85점을 경신했다. 메드베데바는 발목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도 OAR 소속으로 데뷔한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피겨 역사를 다시 썼다.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케이팝(K-POP) 중 좋아하는 노래가 있느냐”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엑소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대답하는 등 10대 소녀의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OAR은 한국 선수단과도 꾸준히 부딪히고 있다. 컬링 믹스더블 장혜지(21)와 이기정(23)은 전날 강릉컬링센터에서 진행된 예선 5차전에서 OAR 선수들에게 연장 접전 끝에 패했다. 그 결과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야 안정적으로 4강에 진출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부담감을 안고 나선 예선 6·7차전에서 장혜지·이기정은 스위스와 캐나다에 잇따라 패해 공동 6위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같은 날 경기도 안양실내링크에서 개최된 OAR과의 평가전에서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경기 끝에 1대 8로 참패했다. OAR은 평창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의 유력한 우승 후보다.

OAR의 평창올림픽 첫 메달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세멘 옐리스트라토프(28)는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임효준(22)과 싱키 크네흐트(29·네덜란드)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개최국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임효준이 큰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옐리스트라토프도 이슈가 됐다. 러시아 관련 상징물이 아무 것도 없는 운동복을 입고 오륜기를 바라보며 시상대에 섰던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메달을 불공평한 방식으로 올림픽에서 배제된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출전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서도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금지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꾸준하다. 최근 ‘러시아 올림픽팀의 팬’을 자처하는 집단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청사 건물 외벽에 WADA와 IOC를 비방하는 영상물을 기습적으로 상영했다.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도중 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을 두고는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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