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⑩ 세븐틴은 실험 중, K팝이라서 가능한 하지만 K팝과 다른


 
13인조 그룹 세븐틴이 지난 5일 발매한 스페셜 앨범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의 단체 사진. 멤버 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구김살·공격성 없는 청량감으로
데뷔와 함께 보이그룹의 새 길 제시
뮤지컬 같은 무대에 다양한 장르 접목
2016년말 ‘무거워진’ 콘셉트에 도전
지난해엔 거친 록 사운드·보컬 선봬
위험 감수하며 지속적인 변화 추구


2015년 ‘아낀다’로 데뷔했을 때 그룹 세븐틴은 새로운 경향의 총집합처럼 보였다. 구김살도 공격성도 없이 ‘예쁜 말’만 해주는 소년들은 마치 걸그룹의 ‘청순’을 번역해온 것만 같았다. 프리 데뷔 활동을 통해 든든한 팬덤을 확보한 것도 새로웠다. 아이돌에 관심 갖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폭발적이었다. 보이그룹 시장의 흐름도 세븐틴이 가리킨 방향과 꽤나 비슷하게 흘러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는 세븐틴이 정상에 군림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만은 않았다. ‘만세’ ‘예쁘다’ ‘아주 Nice’ 등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고 설득력도 높았다. 세븐틴의 매력을 형용하는 ‘청량’이 마치 보이그룹의 흐름인 것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만 봐도 그랬다. 실제로 세븐틴은 팬덤을 꾸준히 늘리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대중적 파급력은 언젠가부터 주춤한 듯한 모습이었다.

2016년 말 ‘붐붐’과 지난해 ‘울고 싶지 않아’는 모두 인상적인 곡들이었지만 어쩐지 무거웠다. 사랑의 환희 앞에 마냥 들떠 한껏 웃음 짓던 모습과 차이가 있었다. 앨범 수록곡들도 복잡하고 구성이 어려워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정서도 어두웠다. 이미지 변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딘지 석연치 않았다. ‘청량’이라는 표면적인 키워드 이면에 무엇이 있었기에 이만큼 엉뚱한 방향을 선택해야 했을까. 강력한 팬덤의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세븐틴은 멤버 13명을 무대 장치처럼 활용해 연극적 성격이 강조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멤버들은 연기하듯 노래하고, 배경이나 화면 효과를 안무로 연출하기도 한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 그것이 이들의 ‘무해함’에 화려한 생기를 더한다. 씩씩하지만 그저 ‘예쁜’ 소년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들의 선택은 초기의 성공 공식 중 역동적이고 분주한 구성이라는 가장 핵심 ‘기술’만을 유지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핵심 기술을 음악에 적용하면 하나의 곡 속에서 다양한 장르가 가요와 뒤엉키면서 수시로 분위기가 전환된다는 점이다. 작품은 무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이들의 머릿속에서 무대는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여러 개의 ‘신’으로 구성된 것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각각의 ‘신’에 필요한 장르를 분주히 끌어오는 식이다. K팝이기에 가능한 특징이다. 또 퍼포먼스를 직접 수행할 사람들이 무대를 가장 중심에 두고 만들어내기에 가능하다. 자작곡을 쓰는 아이돌은 많지만 이런 방식은 K팝에서도 드물다.

1년여의 시간이 이를 적용하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한다면 지난해 말 발매된 ‘박수’는 잠정적 결론이다. 역동적인 록 사운드와 거만한 듯한 보컬, ‘청량’하진 않다. 그러나 변화하는 곡을 멍하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들이 유도하는 대로 손뼉을 치고 있게 된다. 지난 5일 스페셜 앨범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을 통해 타이틀곡 ‘고맙다’를 발표하고 활동 중인 세븐틴이 이 실험에 궁극적으로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새롭게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K팝이기에 가능한, 또 어떤 K팝과도 다른 것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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