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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어린이와 백호, 평화의 손짓 보내다

백호 모형을 뒤집어쓴 무용수들이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강원도 산골 어린이’를 따라 중앙무대로 입장하고 있다. AP뉴시스
 
고구려 고분 무용총 벽화에 등장하는 복장을 한 무용수들과 강원도 어린이 5명이 '평화의 땅'을 찾아와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장면. AP뉴시스


개회식 역사의 현장

인간과 기술이 만든 문화
한폭의 수묵화처럼 신비·웅장
3만5000여명 관중 환호로 화답


강원도의 아름다운 설경에 다섯 아이가 나타난다. 아이들은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모험을 떠난다. 인간이 만든 기술과 문화가 아이들 앞에 펼쳐진다. 여행을 끝낼 때쯤 나타난 백호는 아이들을 미래로 안내한다. 이 한 편의 겨울동화 속에서 세계인은 평화에 대한 답에 도달한다. 열정과 흥, 평화가 9일 밤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휘감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화폭에 담아낸 수묵화처럼 장내를 신비롭고 웅장하게 만들었다. 강원도의 다섯 아이들과 백호는 경기장 바닥에 수묵화처럼 그려진 백두대간 위에서 겨울축제를 기다렸던 세계인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정상급 귀빈과 3만5000여명의 관중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올림픽스타디움은 개회식을 앞두고 낮부터 붐볐다. 관람객은 오후 늦게부터 입장했지만 대회 운영인력들이 성공적인 개회식을 위해 짐을 든 채 바삐 몸을 움직였다. 안전한 개회식 행사를 진행하고자 다수의 경찰 병력과 보안요원들도 팀 단위로 나뉘어 배치됐다.

스타디움 곳곳에는 관람객과 대회 관계자들을 위한 먹거리가 마련됐다. 각종 구이와 튀김, 한식, 양식 등으로 종류가 나뉘었다. 호떡, 커피, 어묵 등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음식들이 김을 내뿜으며 데워지고 있었다. 야외에서 일하던 개회식 운영인력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 어묵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랬다.

스타디움 외곽을 따라 올림픽 오륜기를 비롯한 각국 국기가 펄럭였다. 하지만 우려한 것보다 날씨는 춥지 않았다. 행사 시작 5시간 전에 이미 스타디움 내 전 좌석에 관람객의 추위를 막아줄 방한용품 6종 세트도 비치돼 있었다.

개회식 준비를 담당한 관계자들도 들뜬 것은 마찬가지였다. 스타디움 관중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정신비(23)씨는 “개회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며 “본격적으로 큰 행사가 시작되는데 무사히 끝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리스에서 채화돼 지난해 11월 1일 한국 땅을 밟은 성화는 평창 곳곳을 돈 뒤 최종 목적지인 올림픽스타디움에 도착했다. 평창지역 성화 봉송에는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과 바흐 IOC 위원장, 미로슬라프 라이착 유엔총회 의장 등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성화는 평창올림픽 첫 번째 성화 봉송 주자인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유영을 시작으로 7500명의 주자가 전국 17개 시·도를 밝혔고, 이날 개회식 점화로 2018㎞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북한 응원단은 사전 공연 시작 전부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등 노래를 부르며 목을 풀었다. 빨간색 옷을 맞춰 입은 북한 응원단은 3층 관중석 달항아리 성화대 근처에 양쪽으로 나뉘어 자리잡았다.

개그맨 김영철씨의 사회로 오후 7시15분쯤 사전공연이 시작됐다. 곧이어 15명의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기합 소리를 지르며 절도 있게 대형을 갖춰 등장했다. 품새로 시범공연 시작한 시범단은 힘차게 각목과 기왓장 등을 격파했다. 발차기로 송판을 산산조각 내기도 했다.

그러자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를 흔들며 “힘내라 힘내라” “장하다 장하다 우리 선수 장하다” 등을 외쳤다. 이어 남한 태권도 시범단과 북한 시범단이 합동공연을 선보이자 북측 응원단은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평창=박구인, 김철오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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